[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53)

  • 입력 1998년 3월 12일 11시 18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21〉

“자, 이제 내 아들의 방으로 들어가보아라.”

아버지는 노예소녀 사비하에게 분부했습니다. 그러자 사비하는 아버지의 손에 입맞추며 말했습 니다.

“알라의 자비가 있어 제가 아드님을 살려낼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그녀는 오빠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비하가 오빠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는 정말이지 오빠의 생명은 경각에 달해 있었습니다. 멀뚱히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오빠의 두 눈은 초점이 흐려져 있었습니다. 그러한 오빠를 향해 사비하는 말했습니다.

“오빠, 내가 왔어!”

그러나 오빠의 귀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습니다. 사비하는 다시 말했습니다.

“오빠, 내가 왔다니까. 내가 온 게 반갑지도 않아?”

그제서야 오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동안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던 오빠는 마침내 희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빠는 그녀를 보고 제가 온 줄로 알았던 것입니다.

오빠는 손짓을 해 사비하에게 가까이 오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사비하가 곁으로 다가오자 오빠는 몹시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네가 왔구나. 내 사랑스런 누이 동생!”

이렇게 중얼거리며 오빠는 다시 손짓을 해 사비하로 하여금 자기 곁에 누워라는 시늉을 했습니다. 사비하는 오빠 곁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사비하가 곁에 눕자 오빠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코와 입술을 만지작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오빠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사비하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던 오빠는 마침내 그녀의 옷깃 사이로 손을 넣어 이제 막 봉곳하게 솟구쳐오르기 시작한 그녀의 젖무덤을 움켜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비로소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오빠의 손에 자신의 젖가슴을 맡긴 채 누운 사비하는 오빠가 가여워 두 눈 가득히 눈물을 흘리며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자비로우신 알라시여! 이 가엾은 분을 살려주소서!”

그후로도 사비하는 한 시도 오빠 곁을 떠나지 않았고, 오빠는 빠른 회복을 보였습니다.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으므로 오빠의 얼굴에는 다시 혈색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오빠가 사비하를 저로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건강을 회복하면서 정신을 차리게 되자 오빠는 마침내 사비하가 자신의 가짜 누이 동생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비하는 처음부터 오빠에게 연정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옛날에 제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자연스레 오빠와 입을 맞추거나 아무 거리낌없이 오빠와 몸을 비벼대거나 하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왼쪽 젖무덤 위에는 검은 점이 하나 나 있는데 그녀의 젖무덤에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얼굴 생김새도 사비하는 저와 좀 달랐습니다. 그리하여 오빠는 마침내 사비하가 자신의 친 동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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