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홍성 풀무학교⑨]홍순명교장 『자연 벗삼아』

  • 입력 1998년 3월 9일 07시 38분


“우리는 학생들이 세상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평범한 인간으로 자라도록 가르치고 싶을 뿐입니다. 이곳에서는 자연을 벗삼아 공부하고 입시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전인교육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풀무학교 홍순명(洪淳明·63)교장은 “우리는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다”며 한달 동안이나 취재를 고사한 끝에 학교 방문을 허락했다.

언론에 학교를 공개한 것은 처음.

홍교장은 “풀무에서는 ‘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라는 설립자 정신에 따라 올바른 가치관과 지식, 능력을 고루 갖춘 인간을 만들려고 한다”며 “학생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고려해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학생들도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주입식 교육은 아이들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지식만 강조하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비뚤어질 수밖에 없지요. 흙과 더불어 땀을 흘리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하면 아이들의 마음도 금방 순화됩니다.”

홍교장은 요즘도 성서 중국어 문화시간 등 1주일에 9시간씩 수업을 하고 있다. 특히 영어 일어 중국어 독일어 등 독학으로 배운 외국어 실력은 수준급. 정년이 2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교단에만 서면 지금도 힘이 솟는다.

올해 신입생 선발에서는 4대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풀무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도시 출신 학생들도 적지 않다.

홍교장은 “학생선발에서는 학부모 면접 등을 통해 학부모가 학교의 교육철학에 공감하는지를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정부지원을 거부하는 것이 너무 배타적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처음 의도했던 자율성 창의성 교육의 철학을 구현하고 교육과정 등에서 자율권을 갖기 위한 것”이라며 양적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서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는 풀무학교 졸업생들을 바라보면 흐뭇하지요. 정년퇴임하면 학교 근처에서 농사짓고 살면서 학교발전을 위해 도울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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