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니콜슨 명연기 일품

  • 입력 1998년 3월 9일 07시 38분


괴팍하고 까탈스러운, 아침에 만나면 그날 하루 재수 옴붙게 만들어 버리는 남자가 있다.

길을 걸을 땐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고, 문은 꼭 다섯번씩 잠근 것을 확인하고, 비누는 한번만 쓰고 버리는 이상한 강박증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사랑을 찬미하는 로맨스소설 작가이면서도 사랑을 품고 살기는커녕 입만 열면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대는 독설가다.

그런 사람이 글쎄, 사랑을 한다. 14일 개봉되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 니콜슨은 이보다 더 연기를 잘할 순 없다 싶을 만큼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당연히 23일 발표되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다. 영화 또한 작품상을 비롯해 7개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영화는 주인공 멜빈 유달(잭 니콜슨 분)이 자기와 똑같이 생긴, 주름이 쪼글쪼글한 강아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옆집 화가 사이몬(그렉 키니어)이 끔찍하게 사랑하는 개다. 그렇지만 동성애공포자에다 인종차별론자, 불평불만자, 여성혐오가인 멜빈은 게이에다 애인이 흑인이기까지 한 사이몬의 동물사랑을 이해할 턱이 없다. 멜빈은 식당을 가도 늘 가는 식당의 꼭 그 자리, 같은 웨이트리스만 고집한다. 그의 까다로움을 참아주는 종업원도 캐롤(헬렌 헌터) 하나뿐이다.

공통점이라고는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는 이 세사람이 서로를 필사적으로 필요로 하면서 얽히고 설키는 게 영화의 기둥줄거리다. 멜빈은 사이몬이 강도를 당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강아지를 맡아 키우면서 정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는 경험을 해보고, 캐롤이 아픈 아들로 인해 식당에 못나오자 집까지 찾아가 도와주며(처음엔 식당에 캐롤이 없어 불편했기 때문이었지만), 드디어 그 사랑을 붙잡게 되면서 보도블록의 금을 밟는 파격을 저지른다. 개과천선이다!

이 뻔한 로맨틱코미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생생한 캐릭터들이다. 특히 잭 니콜슨은 밉살맞기 짝이 없는 캐릭터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들어냈다. 아카데미상을 두번 받았고 이번까지 11번이나 후보에 오르는, 역대 최고후보자의 기록을 세운 그가 MGM영화사 만화부 사환으로 영화판에 발을 디뎠음을 아시는지?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울프’ ‘화성침공’ 등에서 줄곧 기이하고 파격적인 인물을 연기해온 그는 실제 삶도 참으로 파격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할머니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알고보니 할머니가 생모였고 어머니로 알았던 사람은 누나였다. 이것도 스스로 알게 된 게 아니라 타임지가 커버스토리로 그를 다루면서 취재한 끝에 밝혀낸 뉴스다. 두 여자에게 세 명의 아이를 낳은 것을 비롯, 더많은 여자로부터 몇명의 아이를 얻었으며 딸의 친구와 자기집 바로 코앞에 살림을 차리기도 했다.

사생활이야 어떻든, 잭 니콜슨은 이 영화에서 사랑이란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

사랑은 구제불능인 사람조차 구제하는 능력을 지닌 것일까.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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