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반도체업계 도둑맞아도 돈번다…매출 증대효과도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돈냄새는 갱들이 먼저 맡는다.’

국산 반도체가 해외에서 잇따라 강탈당했지만 피해자인 국내 업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잃은 것보다는 오히려 얻은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臺北)의 LG반도체와 현대전자 반도체 창고에 강도가 침입, 64메가D램 등 7백만달러(한화 약 1백19억원) 상당의 반도체를 무더기로 강탈해갔다. 이에 앞서 9일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화물터미널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반도체 1백5만달러 어치가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복면 강도에 의해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손익을 냉정하게 저울질해보자. 일단 제품이 모두 보험에 들어있기 때문에 전액 보상받을 수 있다. 금전적인 손해는 전혀 없는 셈.

납품 기일에도 별 문제가 없다. 반도체는 부피가 작기 때문에 항공 화물로 부치면 2, 3일이면 다시 보낼 수 있기 때문.

오히려 얻는 게 더 많다.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국내 재고량이 충분하기 때문.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액을 보상 받으면 매출을 두 번 올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으로 국제 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업계에는 기분좋은 대목.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돈 냄새는 갱들이 제일 먼저 맡는다”며 “펜티엄급 PC가 처음 나왔을 때 품귀 현상을 미리 예측한 미국 마피아들이 중앙처리장치(CPU)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던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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