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45)

  • 입력 1998년 2월 20일 11시 55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13〉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던지 노예는 마침내 칼을 들고 저에게로 다가왔고, 저는 이제 죽었구나 각오하고 전능하신 알라께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노파가 방으로 달려들어왔습니다. 노파는 남편의 발 밑에 몸을 던지고, 남편의 발에 입맞추며 울면서 말했습니다. “서방님, 어릴 때부터 서방님을 기르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모시고 살아온 제 낯을 봐서라도 부디 아씨를 용서해주세요. 아씨는 이런 운명을 당할 만한 일은 조금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서방님은 앞길이 만리 같은 분입니다. 아씨를 죽이고 그 벌을 받으시면 안됩니다. 옛말에도 죽이는 자는 죽음을 당하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음탕한 여자는 이 댁에서나, 서방님 마음속에서나 내쫓고 잊어버리십시오.” 노파가 이렇게 울면서 애원하자 마침내 남편의 노여움도 가라앉는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나를 굽어보고 있던 남편은 이윽고 말했습니다. “용서는 해주겠지만 평생 동안 몸에 남을 표적을 만들어주겠다.” 이렇게 말한 남편은 노예를 시켜 저를 끌어내어 옷을 벗기고 마룻바닥에 뒹굴렸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채찍을 거머쥐고 등이며 허구리며 가리지 않고 저를 후려갈겼습니다. 저는 아픔을 견디다 못해 그만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기절해버리는 걸 보자 남편은 노예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어두워지거든 노파를 앞세우고 저년을 떠메다가 결혼 전에 살던 집에다 팽개치고 오라.” 노예들은 주인의 분부대로 저를 저의 집에다 팽개치고는 돌아갔습니다. 한달 전 노파의 꾐에 빠져 집을 떠나 꿈같이 달콤한 밀월을 보내다가, 한 순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여 죽을 고비를 맞이했다가, 가까스로 살아 집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날이 샐 무렵에서씌蔓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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