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수묵/15년만의 뜻있는 만남

  • 입력 1998년 2월 12일 19시 35분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않으면 왠지 어색하고 서먹해지는 법.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역대 통치자로선 15년만에 참석했던 10일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립32주년 기념식장이 꼭 그랬다. 과학기술인들은 그동안 ‘발길은 고사하고 시선조차 주지 않은’ 대통령에 익숙해 있던 터라 당황하고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념식이 열린 날은 보통 때와 일대 풍경이 사뭇 달랐다. 아침부터 구청의 제설차가 등장해 4백여m의 진입로에 쌓인 눈을 말끔히 치웠다. 경찰이 들이닥쳐 조용하던 연구실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고 매서운 눈초리의 경호 요원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됐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토론할 때를 제외하면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조용한 연구실. 하루 종일 몇평 안되는 조그만 공간에 묻혀 사는 박사 연구원들의 눈에 ‘차기대통령의 방문’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KIST 연구원들은 “오랜만의 대통령 방문인데 우리가 보답할 것은 박수”라고 생각해 김차기대통령의 축사 도중 세번쯤 박수를 보내기로 미리 시나리오를 짜놓았다. 차기대통령의 축사내용은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고 지구역사와 문명사에 대해서도 언급 언급, 사뭇 감동적이었다. 그럼에도 이날 ‘중간 박수’는 한번도 터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한 연구원은 “우리가 너무나 긴장한 탓”이라고 했다. 시쳇말로 ‘뿅 간 나머지’ 그만 박수칠 장면을 놓쳤다는 얘기였다. 연구원들은 차기대통령이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년에 한번이라도 들러 과학자를 격려하는 ‘과학기술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며 축사내용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최수묵<정보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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