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추억 되새김질엔 기차여행이 안성마춤

  • 입력 1998년 2월 12일 08시 27분


아무래도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데는 기차여행이 안성맞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차에 몸을 싣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산하를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왜 그리 아등바등 살았는지 슬며시 부끄러운 생각이 인다. 차창 밖에 스치는 한줄기 바람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멀리 보이는 시냇물에서 얼음 깨지는 소리를 듣는다. 먼산 아래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 끝없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다시 떠오르는 수많은 상념들. “허망하구나, 우리네 삶.” 봄을 찾아, 잃어버린 나를 찾아 기차여행을 떠난다. ▼동해남부, 대구선〓시원한 동해 남부바다를 끼고 달리는 낭만의 코스. 포항 울산 부산까지 이어지는 산업용과 고도 경주, 바닷가로 연결되는 관광노선이기도 하다. ▼중앙선〓서울 청량리와 경북 영주를 관통, 한국의 등뼈를 타고 달리는 노선. 차령과 소백산맥의 전 구간을 지나며 한국다리중 가장 높은 길아천 철교를 건너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경북선〓중앙선 영주와 경부선 김천을 잇는다. 통일호 비둘기호만 지나 상급의 교통편은 아니지만 차창밖 전경이 피곤함을 잊게 한다. 간이역마다 상큼한 전원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영동선〓경북 영주와 강원 강릉을 연결한다. 태백산맥을 횡단하며 시원스런 동해안을 따라 달려 기차여행의 진수라 할 만한 노선이다. ▼태백선〓중앙선 제천역에서 동북 방면으로 갈라져 나와 영동선 백산까지 연결된다. 석탄과 철광을 실어나르는 일이 주목적이었으나 최근엔 태백산과 충절의 고장 영월에 직접 갈 수 있어 관광철도로서의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라선〓전북 이리에서 전주를 거쳐 전남 여수까지 이어지는 호남의 종관철도. 호남평야의 가장자리를 거쳐 동부산간지방 임실 구례를 경유한다. 철도주변에 덕유산 지리산이 있고 섬진강이 기찻길을 따라온다. ▼경전선〓경상도와 전라도 곡창지대를 끼고 돌면서 낙동강 진주남강 섬진강 보성강 영산강 등 수많은 강과 하천을 만날 수 있다. 열차가 뜸해 이용하기엔 다소 불편하지만 한적함이 있어 좋다. ▼장항 충북선〓예산 홍성 광천 대천 등 주요 관광지와 연계되는 충남남서부 지방교통의 핵심. 바다와 마주할 수는 없지만 낮은 산세와 계곡, 강위를 달리는 잔재미가 쏠쏠하다. 〈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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