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남성일/「한국경제의 봄」 기대

입력 1998-02-06 20:27수정 2009-09-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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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다시 봄이 오는가. 노사정 대타협 소식을 접하면서 이처럼 감상에 젖는 것은 지난날 상호 대립적 노사관계의 상처가 너무 깊었기에 대타협을 기대하면서도 차마 마음을 놓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적대관계가 오늘날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불러들인데 대한 원인을 제공하였기에 노사정 대타협은 그만큼 우리에게 새 희망을 안겨준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의 의미는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IMF시대의 극복을 위한 경제체질 개선의 실질적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IMF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으로 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노동시장의 개혁이 시급했는데 이제 우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고비용 구조를 청산할 토대를 갖게 되었다. 둘째, 한국의 위기극복을 위한 전국민적 노력을 국제사회에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신인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개정 등 신속한 후속조치가 따를 경우 이번 대타협은 외채금리를 추가로 1% 포인트 정도는 하락시킬 수 있을 것이며 국내금리의 안정화에도 기여하리라 예측된다. 셋째, 이번 대타협은 반세기 한국 노사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로써 우리는 반목과 대립의 과거를 청산하고 노사가 화합하여 위기를 극복하자는 국민적 여망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어려운 조건들을 받아들인 한국노총과 경총의 성숙함에 찬사를 보낸다. 노사정 합의의 주요 내용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실업자 대책 그리고 노동기본권 강화로 요약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가 가능해짐으로써 기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살빼기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반면 피고용자에게 해고는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이번 합의는 특히 해고 대상자 선정에 있어 성차별을 금지하고 노동부에 사전신고토록 했다. 해고대상자의 성차별금지는 매우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성차별 금지와 함께 연령차별 또한 금지돼야 한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퇴사시키는 것은 세계화 시대의 추세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노동부 사전 신고의무는 새로운 규제조항이 될 소지가 있으므로 일정 규모이상 대량의 해고인 경우에 국한하고 신고보다는 통지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히 우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은 정리해고를 고용감축의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고용을 창출시키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고용은 결국 경제의 종속변수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고용도 자연히 증가한다. 정리해고는 따라서 경쟁력 강화의 방편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결과가 기업 생산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때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실업자 대책으로 5조원의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목표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재원 마련의 구체적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이번에 입법화되는 파견근로제의 활성화도 실업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으로 노동계는 오랜 숙원이던 정치활동을 금년 상반기부터 보장받고 교원노조활동 또한 내년 7월부터 보장받는 등 적지 않은 수확을 거뒀다. 다만 교원노조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아직 당사자인 국민의 동의가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국회 및 여론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지금 우리는 엄청난 충격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또한 일찍이 말로만 뇌던 지역간 계층간의 화해와 통합을 실제로 이룰 수 있는 뜻깊은 현실들을 경험하고 있다. 근로자가 잔업을 마다하지 않고 기업인들이 수출을 위해 세계를 뛰며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에 힘쏟을 때 한국경제는 다시 봄을 맞을 것이라 기대한다. 남성일<서강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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