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과속현장 체험]총알車들 터널서도 추월예사

  • 입력 1998년 2월 3일 06시 56분


과속이 얼마나 심할까. 설연휴가 끝난 지난달 30일 도로에서 직접시험을 해보았다. 구간은 중부고속도로 서울∼충북 음성 톨게이트. 국내공인 카레이서인 K씨는 규정속도 이상으로 주행하고 기자는 규정속도를 지키기로 했다. 오후 2시30분. 서울 청담동을 출발, 올림픽도로에 접어들자마자 기자가 모는 차는 쏟아지는 경음기 소리와 번쩍이는 라이트 불빛으로 뒤덮였다. 규정속도 80㎞인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야채를 실은 소형트럭도 추월하며 손가락질까지 해댔다. 중부고속도로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편도 2차로인 이곳에서 많은 차들이 추월차선이 비어 있는데도 주행차선을 규정속도대로 달리는 기자 뒤에 붙어 라이트를 깜빡거렸다. 승용차 화물차 가릴 것 없었다. 한마디로 위협이라는 생각 외에 다른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의 규정속도는 시속 1백10㎞.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가 허용된 곳이지만 규정속도대로 달리는 차는 기자가 탄 차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군데군데 있는 공사구간이나 터널 안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과속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은 채 마구잡이 추월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음성톨게이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3시40분. 1시간10여분 달리는 거리에서 일부 대형트럭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자의 차를 추월했다. 카레이서 K씨는 약속장소에 기자보다 18분 먼저 도착해 있었다. “평균시속 1백40㎞ 정도로 달렸지만 중간중간 급정거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 위험가능성이 높았습니다.” K씨는 매우 빨리 가는 차가 있어 기를 쓰고 쫓아갔더니 시속 1백90㎞나 됐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오후6시. 이번에는 경부고속도로 천안∼서울 구간에서 마찬가지 시험을 했다. 편도 4차로인데도 교통량이 많아서인지 중부고속도로보다 과속이 심하지는 않았으나 안전거리는 전혀 지키지 않고 있었다.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7시20분. 이번에는 두 차량의 시차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정체구간에서 똑같이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5분 빨리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교통표어가 이날 따라 유난히 크게 보였다. 〈전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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