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22)

  • 입력 1998년 1월 24일 08시 43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90〉 황금의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온갖 보석들로 장식된 넓은 홀이 나타났습니다. 왕은 시종이며 태수, 제후며 대신들에 둘러싸인 채 옥좌에 앉아 있었습니다. 왕을 비롯한 왕의 중신들은 모두,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왕이 앉아 있는 옥좌는 진주며 갖가지 진귀한 보석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왕이 입은 긴 옷은 수많은 별처럼 빛나는 크고 작은 보석들을 박은 천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그 화려한 의상을 한 왕과 왕의 중신들도 모두 검은 돌로 변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왕의 주위에는 또 왕을 모시는 백인노예들이 오십 명이나 있었습니다. 갖가지 색깔의 비단옷을 입은 그들은 저마다 칼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또한 하나같이 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기괴한 모습에 놀라 정말이지 저는 기절할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니 깊고 그윽한 하렘이 나타났습니다. 벽에는 진주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따위를 박아 수를 놓은 비단 벽포가 길게 드리워져 있고, 바닥에는 황금으로 꽃을 수놓은 두꺼운 양탄자가 깔려 있었습니다. 침상 위에는 진주로 선을 두른 비단 옷을 입은 왕비가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수많은 보석들이 박힌 눈부신 관을 쓰고, 목에는 밤톨만큼이나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일곱 개나 박힌 목걸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옷에 값비싼 패물을 한 왕비 자신은 정작 검은 돌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렘에는 수많은 방들이 있고, 방마다 시녀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시녀들은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는 중이고, 어떤 시녀들은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중이고, 또 어떤 시녀들은 루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들 또한 일순간에 알라의 저주를 받아 검은 돌로 변해 있었습니다. 하렘을 지나 좀더 나아가려니까 일곱 단의 계단이 나타났고, 그 계단을 올라가니 열어제쳐져 있는 문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문을 지나 들어가니 또 다른 방 하나가 나타났는데, 바닥에는 대리석이 깔려있고, 금실로 짠 방장이 쳐져 있고, 벽에는 온통 비단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는 보석이며 진주로 장식된 노가죽나무 옥좌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안쪽에는 밀실이 하나 딸려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밀실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빛이 얼마나 신비하였던지 저는 그쪽으로 가보았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그 빛은 밀실 안쪽, 상아와 금을 씌운 조그마한 책상 위에 있는 타조알 크기의 보석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보석은 그 신비한 빛을 태양처럼 사방으로 내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밀실에는 침상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온갖 종류의 비단이 덮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그 침상 머리맡에 촛불 하나가 켜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보자 저는 속으로 외쳤습니다. “촛불이 켜져 있는 걸 보면 누군가가 살아 있음에 틀림없어!”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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