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양창순/어엿한 가장의 모습 보여라

  • 입력 1998년 1월 21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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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주부가 찾아 왔다. 고부 사이에서 보여주는 남편의 우유부단함을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겠다며. 그의 말에 따르면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거의 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분명 시아버지가 있는데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남편에게 시시콜콜 상의하고 심지어는 옷을 쇼핑하는 데도 아들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시부모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가 참을 수 없는 것은 남편이 말끝마다 “어머니가 불쌍하다. 당신이 잘해드려라”하는 것은 물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전혀 나몰라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시어머니가 그를 구타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수수방관했다고 한다. 남편의 말도 들어보았다. 아내가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어머니는 나이도 많으니 젊은 사람이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역할을 한다. 남편의 경우에도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나이에 따라서 우선해야 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결혼 전에야 자식의 역할이 우선이지만 결혼하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우선하는 것이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첫번째 조건은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부모의 그림자까지 합쳐져서 결과적으로 ‘삼각관계’ ‘사각관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양창순 (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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