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힌 돌’이 흔들리고 있다.
월드컵축구대표팀에 ‘스타들은 기고 신인들은 나는’ 묘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먼저 포워드진. 헤딩력과 스피드가 좋은 ‘중고신인’ 곽경근이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를 돌파하면서 수비 때는 스토퍼가 돼 상대 스트라이크를 마크한다. ‘비밀병기’ 신병호는 상대 골문 주위를 헤집고 다닌다. 전지훈련 이틀새 자체 연습경기에서 6골이나 터뜨렸다.
최고스타 최용수가 무색해진다. 왼쪽 공격진에서는 새내기 양현정이 펄펄 난다. 왼발로 공을 감아 올리는 센터링이 일품이다. 마치 ‘왼발의 달인’ 하석주를 빼닮았다. 해외에 진출한 서정원과 고정운의 자리가 위태로워 보인다.
김정혁과 박병주의 오른쪽 공격. 이상윤 이기형의 아성이 흔들릴 것 같다.
차범근감독이 “나이는 다소 많지만 투지가 신인들 못지않고 발도 빠르다”며 한껏 추켜세우는 김정혁은 지난해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사이드어태커로 자리를 바꾸며 ‘물만난 고기’가 됐다. 박병주에 거는 차감독의 기대도 크다. 1백m를 11초9에 주파하는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교란한다.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축구를 선언한 차감독. 아무리 개인기량이 뛰어나도 움직이지 않는 선수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많이 뛰는 선수부터 기용하겠다. 공수 전환이 빨라야만 월드컵 16강의 가능성이 있다. 공격만 하고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다면 최용수일지라도 탈락이다.”
차감독의 엄포가 아니더라도 월드컵축구팀의 ‘박힌 돌’들은 ‘굴러온 돌’에 떼밀리며 힘든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울산〓배극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