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전체적으로 가계지출의 30∼40%를 차지하는 사교육비 문제가 경제난국을 맞아 더욱 무거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살림이 어려워졌다고 과외를 그만두자니 불안하고 그대로 유지하자니 견디기 고통스럽다. 새 정부가 뭔가 해법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마침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초등학교 영어교육과 위성교육방송을 재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 두 가지 교육정책 변경이 새 정부의 향후 교육정책방향을 시사하는 것이라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해 시작된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이제 10개월, 위성교육방송은 4개월이 지났을 따름이다. 정권 인수위가 시작단계에 있는 이들 정책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빚어졌던 과거 교육정책의 혼선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이 교육당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의 뿌리는 이만저만 깊지 않다. 과외도 따지고 보면 교육당국을 믿지 못한 데서 출발한 것이나 다름없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이나 위성교육방송은 충분한 준비없이 시행된 것이 사실이지만 출범 이전 나름대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조기영어교육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화 추세나 국제통화기금(IMF)환경에 비추어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영어가 초등학교 정식 교과과목으로 채택되면서 과외수요가 크게 늘어난 측면은 있지만 이는 따로 보완책을 찾을 일이지 조기영어교육 자체를 재검토하는 명분은 되지 못한다.
위성교육방송은 처음부터 과외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만큼 사교육비 절감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더욱 내실화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그동안 과외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농어촌 등 낙후지역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어 교육기회 균등에 기여한 점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요즘 학부모의 초미의 관심사는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공약한 과외금지 정책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구체적 추진방안이 나오겠지만 학원수강을 제외한 모든 과외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교육계 전반에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까다롭기 그지 없는 이 문제 역시 주도면밀하게 다루지 않고서는 자칫 교육현장에 상처만 남길 우려가 높다.
새 정부가 과거 교육당국이 해놓은 일을 뒤집는 것이 교육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난 정권과 다를 것이 없다. 교육정책이야말로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국민 앞에 더 이상 우왕좌왕하는 교육정책을 내보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