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관계에 새 轉機를

동아일보 입력 1998-01-02 20:41수정 2009-09-2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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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북한은 모두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첫해를 맞았고 북한 역시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사정의 호전 기미가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남북한이 거의 동시에 새 출발을 하는 해다. 다음달 출범하는 김대중(金大中)정부와 지난해 10월 노동당 총비서로 취임한 김정일(金正日)정권은 모두 남북관계의 새 장(章)을 열 수 있는 국내 권력기반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이고 시급한 것은 북한측의 대남(對南)인식 변화다. 북한이 새해 첫날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당보와 군보 2개신문 공동사설형식으로 발표한 ‘신년사’는 여전히 대남투쟁 일색이다. 콘크리트장벽 제거, 국가보안법 철폐, 안기부 해체 등을 내세우며 ‘그런 실질적인 조치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그리고 통일은 공허한 메아리’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화제의를 거부하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은 아직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입장정리를 못해 탐색단계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최대한 이용하리라는 사실이다. 경제력 약화는 국제무대에서의 외교력 약화와 직결된다. 당장 3월에는 4자회담 제2차 본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전략적으로 한국의 대북(對北)지원 능력을 트집잡는 등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의 경제사정을 역이용하려 들 것이다. 그럴 경우 4자회담은 북―미(北―美)주도구도로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남북한 관계보다 우방이 앞서 나가면 한반도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올해 한국과 우방의 외교공조는 그래서 더욱 필요하고 절실하다. 김차기대통령은 이미 북측에 91년 12월 남북한이 채택한 기본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며 남북한 직접대화와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4자회담과 남북한간의 경협문제에도 전진적인 자세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는 특히 정치적으로 일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원칙없이 우왕좌왕했던 현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김차기대통령이 밝힌 대북정책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현실 접근이 가능한 정책들이다. 새 정부가 이를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대외 발언권이 약화된다고 해도 대북관계에 있어서만은 중심을 지켜야 한다. 대북정책의 혼선은 북한정권만 이롭게 한다. 어떠한 국제적 회합이든 한반도문제의 직접 해결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그리고 남북한문제 해결의 기본틀로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있다. 대북관계의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원칙과 틀을 철저히 고수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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