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국가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정작 고통은 이제부터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완전히 극복할 때까지 어둡고 긴 불황의 터널을 힘겹게 헤쳐나가야 한다. 저성장과 장기적 경기침체, 치솟는 물가와 높은 세금, 부도 도미노와 대량실업,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경영권 방어, 그리고 언제 또 다시 밀어닥칠지 모르는 금융 외환위기의 공포 속에 뼈를 깎는 고통의 긴 세월을 견뎌내야 한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올해 경제전망도 지극히 비관적이다. 하나같이 고물가 속의 경기침체라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예고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IMF가 요구하는 초긴축 통화 재정운용 외에도 구조조정의 회오리, 구매력 감소,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경기의 위축 등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올해 우리 경제가 8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성장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이더라도 기업의 투자축소와 수출 내수경기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급격한 성장률 저하로 고용창출 여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데다 노동시장의 유연성확보를 위한 정리해고도 불가피해 대량 실업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충격과 좌절 속에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국민적 저력이 있다. 경제회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모든 경제주체들의 노력을 결집한다면 IMF관리체제를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대변혁이 요구된다. 30여년간 누적된 고비용 저효율의 낡고 부실한 국가경영구조를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 그리고 모든 규제를 철폐한 완전개방화의 시장경제체제를 새로 정착시켜야 한다. 경제정책과 기업경영에 대한 투명성 확보, 법과 질서에 기초한 규범과 관행의 확립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사회에 새로운 믿음을 심어주면서 우리의 경쟁력을 스스로 높이지 않고는 더 이상의 성장은 물론 벼랑끝 위기에 몰린 경제를 살려낼 수 없다.
IMF의 자금지원조건은 가혹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차피 우리가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들이기도 하다. 자유시장경제와 개방화는 세계적 추세요 조류다. IMF체제는 그것을 앞당기도록 했을 뿐이다. 국제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우리의 경제환경을 감안한다면 신(新)외세론이나 지나친 배외주의는 금물이다.
국난 극복은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그리고 경제회생의 대전제는 정치 사회적 안정이다. 그중에서도 대량실업이 몰고 올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최소화하지 않고는 경제주체들의 노력을 한데 모을 수 없다. 노사정(勞使政)의 국민적 대합의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이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