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훈/부끄러운 정치인의 「허리띠」

  • 입력 1997년 12월 31일 18시 02분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98년 무인년 벽두부터 살을 엔다. 금융위기와 기업의 연쇄도산,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사태, 고금리 고물가의 삼중고(三重苦)가 새해를 맞는 서민들의 가슴을 꽁꽁 얼게 한다.따져보면 경제주권을 IMF에 빼앗기고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주범중 하나가 바로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였다는 게 정치권 스스로의 진단이다. 지난해초 노동법파동에 이어 한보 기아사태가 꼬리를 물고 터져나올때 정치권은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절차는 무시한채 밀어붙이기로 나가는 오만함에다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저효율의 전형(典型)’을 여실히 드러냈다. 새해부터라도 정치권은 반목과 갈등의 시대를 딛고 일어나야 한다. IMF고통을 조기졸업할 수 있게 통합과 협력의 새 장(章)을 열어야 한다.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 고통을 함께 나누자고 호소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먼저 국회의원들이 타고 다니는 체어맨 그랜저 다이너스티 엔터프라이즈 등 대형승용차부터 중 소형으로 바꿔 거품을 걷어내 ‘IMF시대에 걸맞은 의원상’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의원들이 3천㏄가 넘는 대형승용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다니는 것을 이제는 부끄럽게 생각할 때가 되었다. 또 의원외교를 빙자해 외화를 낭비하는 유람성 외유도 자제하고 여야가 합의한 4급 보좌관 신설 문제도 재고하는 등 정치인들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한다. 사실 그 정도에 머물러서도 안된다. 법안 예산안 심의와 국정감시 등 의정활동에 전념해 생산성을 높이는 고효율 정치를 즉각 실행해야 옳다. 본회의가 열려 있는데도 사우나장이나 골프장을 드나들어 빈축을 산 구시대 정치인상을 벗어나야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저비용 고효율 정치시대’를 열 수 있도록 미완(未完)의 정치개혁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희망속에 열어야 할21세기를 ‘경제식민지’로 맞지 않도록 해야할 책무가 지금 김당선자의 어깨에 걸려 있다. 최영훈<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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