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백성현/외국인 여학생 엉뚱한곳 내려놓고 도주

  • 입력 1997년 12월 30일 07시 45분


23일밤 귀가길이었다. 어두컴컴한 아파트단지 뒷길에서 허둥대며 『에어포트』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울고 있는 한 외국인 여학생을 발견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그녀는 괌에 사는 학생으로 한국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여행사에서 한글로 「이 학생을 김포공항까지 데려다주십시오」라고 쓰인 메모지와 함께 요금을 미리 지불하고 택시에 태워보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택시기사가 김포공항이라며 가양동의 한 아파트단지 뒷길에 학생을 내려주고 가버린 것이었다. 한국말을 모르는데다가 통행인도 거의 없는 컴컴한 아파트 뒷길에서 그녀는 극도의 절망감과 두려움에 떨며 김포공항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사정이 딱해 학생을 택시에 태워 김포공항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내내 그 여학생에게 각인될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고 뒷덜미가 후끈거려오는 부끄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백성현(서울 강서구 가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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