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95)

  • 입력 1997년 12월 26일 08시 12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63〉 그 아름다운 젊은이와 마주 앉은 나는 물었습니다. 『오, 나의 아름다운 주인님, 그런데 당신은 대체 무슨 까닭으로 이 외딴 섬 지하에 혼자 살게 되었는지 그 연유를 이야기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젊은이는 흔쾌히 말했습니다. 『오, 형제여! 내 신세 이야기는 세상에서도 희한한 이야기랍니다. 그럼 한번 들어보시구려. 나의 아버지는 많은 재산을 모은 보석상으로서 수많은 백인과 흑인 노예를 거느리고 있답니다. 아버지는 아주 먼 도시 상인들과도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충직한 노예들은 배나 낙타를 타고 멀리까지 가 장사를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돈이 많을 뿐만 아니라 명망도 높아 무엇 하나 아쉬울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버지는 자식복이 없어 중년을 넘겨 노년이 될 때까지도 피붙이라곤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일점 혈육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에 긴 수염을 한 성자가 나타나 말했다고 합니다. 자식을 하나 점지해주기는 하겠는데 그 아이는 수명이 짧다는 말을 말입니다.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아버지는 한탄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날밤에 잉태하셨던 것입니다』 도란도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젊은이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지 나는 감동에 찬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오, 그러니까, 그 아이가 바로 당신이었군요?』 그러자 젊은이는 쌩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달이 차자 어머니는 사내 아이 하나를 낳았는데 그것이 바로 나랍니다. 아버지는 너무나 기뻐 잔치를 벌였습니다. 이웃사람들은 물론이고, 수도사들이며 원근의 가난한 사람들을 모두 불러 음식을 대접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을 날도 멀지 않은 늙은 나이에 아들 하나를 얻었으니 말입니다. 아버지는 또 점성가동諛蒜 천문학자, 천궁도(천궁도)나 복술(복술)에 밝은 사람들, 그리고 당대의 명현들을 초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불길한 예언을 했습니다. 나의 탄생에 대한 천상도까지 그려보이며 그들이 아버지께 들려준 예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드님의 수명은 십오년뿐입니다. 아드님이 열다섯 살이 되는 해 불길한 괘가 나타나니까요. 그 고비를 안전하게 넘기기만 하면 장수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만…」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근심에 차서 물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가 있겠소?」 그러자 예언자들은 말했습니다. 「글쎄올시다. 아드님의 운명은 저 재화의 바다 한가운데 있는 자석산과 연관이 있습니다. 자석산 꼭대기에는 놋쇠 지붕 위에 놋쇠 말을 타고 가슴에 주문이 새겨진 납패를 단 놋쇠의 기사가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가 말에서 떨어지고 오십일이 지나면 아드님은 목숨을 잃을지 모릅니다. 아드님의 생명을 뺏는 자는 기사를 말에서 떨어뜨리는 자로서 하지브 왕의 아들 아지브라는 왕자입니다」 하고 말입니다』 그 아름다운 젊은이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나는 그 너무나도 뜻밖의 말에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짐짓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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