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더 타임스]아시아 호랑이발톱 빠진다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 더 타임스 ▼ 아시아의 염가판매가 시작됐다. 24일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40억달러를 들여 일본의 부실은행들로부터 일본 전체 부실채권의 8분의1에 해당하는 담보성 채권을 사들일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0년대 남미의 채무위기때 부실채권을 사들여 재포장하는 기술을 익혔던 미국의 다른 투자사들도 이를 따를게 뻔하다. 이같은 기습행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과 부추김으로 미국이 아시아의 금융부문을 장악하려는 조짐으로 보여지고 있다. 87년 뉴욕의 증시 대폭락때 미연방준비이사회가 엄청난 유동자산을 퍼붓고 오랫동안 이자율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미 금융권을 다시 살려냈음을 IMF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IMF는 아시아에 대해 이와 정반대의 정책을 쓰고 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다. IMF는 아시아 금융기관들을 잔인할 정도로 개혁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아시아 정부들로 하여금 외국투자가들에 시장을 개방토록 요구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최대로 취약하고 가장 헐 값이어서 쉽게 매매될 수 있다. 지금까지 아시아정부들이 IMF와 맺은 협약은 부(富)를 위해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와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단기적으로 수십억달러를 받지만 자신들의 운명을 조정할 수 있는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시아 「호랑이들」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겠지만 발톱은 빠지고 소유권은 서양에 넘어갈 것이다. 아시아의 현상황은 동독의 기업들이 베를린장벽 붕괴후 서독기업들에 헐값으로 넘어간 경우를 연상시키고 있다. 아시아국가들은 IMF로부터 수십억달러의 돈을 받은 것을 후회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25일자·정리·런던〓이진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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