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시카고 잭슨감독,최단경기 500승 신화

  • 입력 1997년 12월 24일 19시 41분


미국프로농구(NBA) 최단경기 5백승 고지에 오른 시카고 불스의 필 잭슨 감독. 그는 동양의 선(禪)에 몰두,매일 아침 촛불을 밝힌 가운데 40분씩 좌선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마이클 조던 등 선수들에게 선에 관한 책을 돌리며 마음을 비우고 팀의 조화를 위해 뛰어줄 것을 역설한다. 팬들이 시카고 불스를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때문이다. 잭슨의 농구철학은 리듬과 조화다. 혼자서 상대수비를 비집고 슛을 날리는 개인기도 중요하지만 절묘한 패스와 어시스트, 신속한 공수전환을 생명으로 한다. 그가 생각하는 농구는 게임이자 인생여정이자 댄스다. 농구만큼 이기적 충동이 강한 운동은 없다. 그는 이 충동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좌선과 동양사상에 심취하고 선수들에게도 권한다. 잭슨은 농구공을 집어 넣는 바구니를 신성시한다. 그래서 그가 쓴 책의 이름도 「신성한 바구니(Sacred Hoops)」. 잭슨은 어릴 때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고 크면서 동양의 선에 심취했다. 뿐만 아니다. 모든 사물에는 생명이 깃들여 있다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정령숭배사상에도 빠져 있다. 그만큼 그의 농구사상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한마디로 마음을 다스리면 어떤 팀도 이길 수 있다는 것. 잭슨은 선수들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이끄는 투우사다. 붉은 색 깃발을 흔들며 성난 황소들을 인도한다. 잭슨은 작전을 많이 내리지 않는다. 지고 있을 때도 얼굴이 평온하다. 그러나 그의 「작전 없는 작전」은 상대팀으로 하여금 고개를 흔들게 한다. 뚜렷한 모습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럴만도 하다. 마음이 보일리 없으니까. 〈김화성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