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90)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58〉 『오! 세상에 그런 이상한 산도 있단 말이오?』 나는 선장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오, 왕자님! 전능하신 알라께서 그 산에다 쇠를 좋아하는 이상한 힘을 부여하셨기 때문에 쇠라고 이름 붙은 모든 것은 모조리 그 산쪽으로 끌려가게 되어 있답니다. 그 산에는 엄청나게 많은 쇠가 붙어 있는데 그것은 먼 옛날부터 이 근해를 항해했던 많은 배들의 잔해랍니다. 옛 문헌에 따르면, 그 산 꼭대기에는 열 개의 둥근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안달루시아산 놋쇠로 된 둥근 지붕이 번쩍거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 지붕 위에는 놋쇠로 된 말을 타고 놋쇠로 된 창을 든 기사가 서 있답니다. 그의 가슴에는 이름과 주문을 새긴 납으로 된 패가 달려 있습니다. 오, 왕자님! 그 기사야말로 사람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기사인데, 그가 놋쇠 말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그의 괴력을 이길 수가 없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난 선장은 절망과 슬픔으로 목놓아 울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살아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단념하고 저마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또, 우리 중에 혹시 누군가가 살아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 유언장을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밤을 우리는 뜬 눈으로 지새웠습니다. 아침이 되자 이제 자석산이 가까워지고 있는지 거센 조류를 타고 배는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뱃머리 쪽에 검은 바위산 하나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선체는 삐걱거리며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물이 쏟아져들어왔고 배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선체에 붙은 쇠란 쇠는 모조리 산쪽으로 흡수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 바위산에 달라붙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쇠가 붙은 배의 잔해들을 붙들고 배의 잔해들과 함께 그 바위산에 가 부딪혔습니다. 우리는 가파른 바위산 기슭 아래 거친 파도 위를 떠돌며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러던 끝에 몇 사람은 가까스로 살아 남았습니다만 대부분은 물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살아 남은 몇 사람도 파도와 바람에 시달린 나머지 실성해서 서로 누가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부서진 배의 잔해 하나를 붙들고 거친 파도 위를 떠돌다가 근근이 바위 벼랑에 기어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목숨만은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차라리 그때 내가 죽었더라면 그 후에 일어날 끔찍한 고생과 불행은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알라의 도움으로 바위 절벽에 몸을 붙이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발 밑에서는 거친 파도가 삼킬 듯이 덤벼들고, 세찬 바람이 휘몰아쳐 금방이라도 나는 바다 속으로 빠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바위 절벽에 몸을 붙인 채 서 있던 나는 좀더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하여 절벽을 끼고 조심조심 발을 옮겨놓았습니다. 그러던 중 나는 마침내 바위를 파서 만든 좁고 가파른 계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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