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盧 두 전직대통령 사면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은 사실상 오래 전에 예정돼 있었던 일이다. 다만 시기와 명분이 문제였을 뿐이다. 이번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김대중(金大中) 차기 대통령당선자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김당선자의 동의를 얻어 두 사람을 사면하기로 한 것은 그 시기와 명분에서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당선자는 지난 9월 초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전,노씨의 무조건 사면을 주장했었다. 당시의 집권여당 대통령후보 이회창(李會昌)씨도 추석 전 사면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의 국민 여론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불과 4개월만에, 그것도 단지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이유로 사죄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사면하는 데는 찬동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사정이 바뀌었다. 대통령선거도 끝났고 수평적 정권교체도 이뤘다. 그 과정에서 정파간 지역간 갈등이 커졌다. 국가가 처한 상황은 이러한 갈등을 풀고 국민적 단합을 이루지 않고는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만큼 어렵다. 따라서 국민화합 차원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된 바로 지금 두 전직대통령을 사면키로 한 것은 어쩌면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김대통령 임기 중에 두 사람을 사면하는 것도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측면에서 이해할 만하다. 전,노씨는 지금까지 만 2년간 복역했다. 죄목이나 형량에 비하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상징성만은 작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석방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내려진 사법적 역사적 단죄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들은 대화합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풀려나게 되었다. 이번 사면이 국민통합과 화해분위기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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