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89)

  • 입력 1997년 12월 20일 08시 07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57〉 이틀 간의 휴식이 끝나자 우리는 다시 출항하여 미지의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바다는 차차넓어지고 섬은아득히멀어져 갔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항해하노라니 조수가 바뀌고 바다의 색깔이 더 짙어지는 등,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좀 이상한 해역 안으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오직 검은 바다와 수평선뿐, 바다는 가도가도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육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와서 그렇겠지만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물새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바다에는 오직 기분 나쁜 침묵만 깃들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왠지 모를 불안한 예감이 들어 선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선장실로 가보니 선장은 몹시 당황한 기색으로 해도(海圖)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선장을 향해 나는 말했습니다. 『선장! 무슨 좋지 못한 일이라도 있소?』 그러자 선장은 말했습니다. 『오, 왕자님! 실은 사흘 전부터 우리의 배는 이상한 해역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는 배의 위치를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무엇보다 불가사의한 일은 배가 뜻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서서히 끌려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말한 선장은 돛대 꼭대기에서 망을 보고 있는 사내에게 소리쳐 지시했습니다. 『무엇이 보이는가? 보이면 즉시 보고하라!』 그러자 망보는 사내는 소리쳐 말했습니다. 『오, 선장님, 배 오른쪽에 무엇인가 검은 물체가 나타났습니다. 수면에 떠 있는 고기 같습니다. 그것은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합니다』 그러자 선장은 뭔가좋지못한예감이드는지 그자신이 돛대꼭대기에 올라가 직접 확인해보고 내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이거 큰일났구나! 우리는 이제 모두 살아날 수 없게 되었구나!』 이렇게 말한 선장은 두건을 벗어 갑판 위에 내동댕이치며 울었습니다. 선장의 그런 모습을 보자 다른 선원들도 덩달아 울었습니다. 『여보, 선장! 대체 무슨 일이오? 뭐가 나타났기에 그렇게 우는 거요?』 그제서야 선장은 말했습니다. 『오, 왕자님! 실은 폭풍우가 있던 날 밤에 배는 진로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섬을 만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배를 출항시키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는 이미 방향을 잃어버린 뒤라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뒤 열하루 동안 배는 지향없이 떠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해도에도 나와 있지 않는 이상한 해역 안으로 들어와버린 것입니다. 배는 자석산(磁石山)이라고 하는 거대한 바위산의 자력에 의해 끌려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 일몰 시간이 되면 배는 그 바위산에 가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이 운명의 항로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입니다. 일단 한번 자석산의 권역 안으로 들어서면 그 강력한 자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선체는 부서지고, 배의 못이란 못은 죄다 빠져 산쪽으로 끌려가고 맙니다』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