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가 우려되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국민 모두가 나라살림을 걱정하고 있다. 중앙정부도 4조원의 예산을 삭감하는 등 재정운용 전반의 초긴축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지방양여금도 9천억원이나 줄였다. 지자체(地自體)들도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마땅하다. 경제난국에 대처하는 자세로서도 그렇고 민생안정을 위해서도 그렇다.
각 지자체의 내년도 예산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에 짜여진 것이다. 이제 팽창예산의 요소는 없는지 다시 검토해야 하고 꼭 필요한 예산이 아니면 과감하게 삭감하는 것이 옳다. 재정운용을 잘못하면 국가부도가 나는 것처럼 지방정부도 방만한 살림살이를 하다보면 파산사태를 부를 수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이 새로 편성한 수정예산은 대부분 현 경제난국을 외면하고 있다. 초긴축 예산편성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가 하면 내년 5월의 지방선거를 겨냥해 선심성 예산을 크게 늘렸다. 증액된 예산항목 가운데는 지방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나눠먹기식 편성을 했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충청북도는 당초 예산 9천7백86억원보다 오히려 1백14억원이 늘어난 수정예산안을 마련했다. 96년부터 중단했던 관변단체 지원비를 새로 책정하고 민간단체 임의보조금을 늘린 결과다. 긴축을 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선심성 팽창예산편성이란 언어도단이다.
한심하기는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 기초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내년 예산은 무려 10조1천9백억원에 이른다. 정부예산의 14%가 넘는 방대한 규모다. 정부의 지침대로라면 최소한 10%인 1조원 이상을 줄여야 하고 경제살리기에 앞장서고 시민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자세라면 그 이상을 삭감해야 한다.
서울시는 수정예산안을 새로 짜면서 5%인 5천억원을 삭감키로 했다가 시의회의 요구로 3.8%인 3천8백억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 서울시의 예산편성과 운용은 해마다 방만하기 짝이 없었다. 외채만도 5조원이 넘는다. 어느 지자체보다 초긴축 수정예산을 짰어야 했다.
정부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각 지자체에 당초 예산보다 10∼20% 줄이는 수정예산을 짜도록 지침을 내렸다. 또 2000년까지 지자체 공무원 2만4천명을 감축하고 경직성 경비 비중이 높은 자치단체의 경우 예산구조를 전면 재검토하도록 했다. 이같은 정부방침도 IMF체제의 대응전략으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자체 조직의 일대 개편과 함께 현재 35만명이 넘는 지방공무원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현재 3단계인 지자체구조를 2단계로 조정하고 소규모 기초자치단체의 통폐합도 서둘러야 한다. 기능 장비 운영인력과 단순 행정지원인력은 당장이라도 감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