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스페인-이탈리아 사회진출 교육

  • 입력 1997년 12월 8일 08시 02분


스페인 마드리드의 클라렛 공립학교에서 윤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엔리케교사는 9월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13학년인 「꼬우」학급을 맡았다. 스페인에서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은 12학년을 끝으로 졸업을 한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1년간 학교에 더 다니며 진학준비기간을 갖는데 이 학생들을 「꼬우」라고 부른다. 가톨릭 신부이기도 한 엔리케는 학기중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데리고 마드리드 인근 세고비아에 있는 수도원으로 소풍을 갔다. 세고비아는 마드리드 시민들이 주말에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로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가량 걸리는 아담한 전원도시. 엔리케가 소풍을 계획한 목적은 새로 맡은 학생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쌓는 동시에 이를 통해 사회에 진출할 학생들에게 사회생활에 대한 조언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수도원 건물과 고성(古城) 등 세고비아의 유적지를 답사했다. 그리고 모두 둘러앉아 집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등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엔리케는 학생들을 수도원내 잔디밭으로 불러모아 자유토론시간을 갖게 했다. 이날 주제는 「나는 앞으로 사회에 나가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와 「이 사회에서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엔리케와 학생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관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폈다. 엔리케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건전한 사회인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자의 의무』라며 『평소 학교생활만으로는 많은 학생들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려워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로 동양사회만큼 예절을 중요시하는 이탈리아의 학교에서는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엄격한 예절교육을 실시한다. 이 때문에 학생이 수업시간에 껌을 씹으며 비스듬히 앉아있는 등 외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종한 수강태도는 이 나라 학교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유럽에서 예절바른 국민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은 중학교를 마친 뒤 각자 적성에 따라 공업학교 예술학교 등에서 전문직업교육을 받기 때문에 중학교에서의 인격형성교육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로마시내 카리네 거리에 자리잡은 주세페마치니 중학교. 기자가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라 교장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학교식당을 찾았다. 식사를 하던 학생들은 교장이 식당에 들어서자 포크와 나이프를 놓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교직원식당이 따로 없는 이 학교에서는 식탁마다 교사와 학생들이 어울려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이 학교 2학년 실비아(12)는 『가끔 선생님이 「이야기할 때 나이프를 휘두르지 말라」는 주의를 하시지만 선생님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식사시간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단정치 못한 학생에게는 그때그때 엄격하게 지도한다. 이 학교 리아 디 렌조 교장은 『개인은 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품성이 그 사회의 분위기를 결정하게 된다』며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마·마드리드〓홍성철기자〉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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