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佛응급구조]다이얼 15…전국에 거미줄 조직

  • 입력 1997년 12월 3일 08시 13분


「제94구역 사뮈」
「제94구역 사뮈」
지난달 21일 오후8시50분경 파리 앙리 몽도르병원에 바로 붙어있는 제94구역 사뮈(SAMU·프랑스의 응급구조시스템)의 중앙통제실. 응급전용 「15」전화가 걸려왔다. 『교통사고장소는 어디지요. 환자의 부상부위는…』 전화를 받은 직원의 침착한 질문이 이어졌다. 몇가지 질문을 던진 뒤 환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이 직원은 통제실 조정관인 캬트린 베르트랑박사에게 급히 수화기를 넘겼다. 베르트랑박사는 현장에서 전화한 소방대원으로부터 환자상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전문인력에 의한 응급조치가 없으면 생명까지 위험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스뮤르(SMUR·의사가 동승한 이동응급실)팀에 출동지시를 내렸다. 스뮤르는 구급차 한대당 의사 간호사 운전기사 각각 한명으로 구성돼 항상 대기상태에 있는 응급구조팀. 스뮤르팀이 크레테유지역 국도의 사고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8시55분. 신고부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스뮤르팀은 머리를 다친 50대 여환자를 구급차에 옮긴 뒤 호스를 입에 넣어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정맥주사로 수액을 공급했다. 현장에 출동한 의사는 응급조치가 끝나자마자 휴대전화로 조정관인 베르트랑박사에게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간장 및 비장파열로 내출혈이 심해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급하니 수술준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베르트랑박사는 전화를 끊자마자 제94구역 사뮈 내 병원리스트를 보며 10분 이내 환자를 후송, 수술을 바로할 수 있는 병원이 앙리 몽도르병원과 베젱병원 두 군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앙리 몽도르병원은 수술팀이 이미 다른 수술을 하고 있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형편. 베르트랑박사는 즉시 현장의사에게 베젱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하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베젱병원에도 수술준비를 요청했다. 환자가 베젱병원에 도착, 수술을 받은 시간은 오후9시34분. 「15」전화를 통해 응급조치를 한 뒤 수술에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44분이었다. 프랑스가 교통사고환자에 대해 신속하고 주도면밀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전국에 걸쳐 응급환자만을 전문으로 후송하는 사뮈가 조직돼 있기 때문. 현재 1백개인 사뮈는 교통사고 환자는 물론 심장마비 등 응급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출동하고 있다. 그러나 「15」전화를 건다고 해서 바로 의사까지 동승한 스뮤르팀이 출동하는 것은 아니다. 각 사뮈의 중앙통제실에 24시간 배치돼 있는 조정관이 상황을 보고받고 스뮤르팀 출동여부를 포함, 후송병원 지정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처럼 교통사고환자가 병원에 후송됐다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병원순례」를 하다 숨지는 일은 거의 없다. 중환자가 발생할 때 출동하는 스뮤르팀이 현장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고지점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5분. 또 의사가 현장에 도착해 응급조치를 마치고 병원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정도. 프랑스사람들은 다이얼 「15」를 눌렀을 경우 평균 35분 후에는 의료시설이 갖춰진 장소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사뮈는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수술할 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전용헬기까지 동원, 환자를 후송하고 있다. 〈파리〓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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