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스트 도그맨」-「크루소」,야생과 만난 서양인

  • 입력 1997년 12월 3일 08시 13분


야생의 삶에 관한 동경과 호기심은 수많은 문학으로, 영화로 그려져 왔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 영화 「라스트 도그맨」과 「크루소」도 그런 작품이다. 둘다 문학작품으로 부터 직간접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라스트 도그맨」은 19세기 미국작가 제임스 쿠퍼의 소설 「모히칸족의 마지막 전사」에 뿌리를 대고 있는 영화다. 이 소설 역시 마이클 만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으며 국내에는 「라스트 모히칸」으로 소개됐다. 소설은 미국대륙에서 인디언들끼리 영국과 프랑스의 대리전을 치르던 19세기 모히칸족 이야기. 이 부족의 전사가 된 백인 호크 아이는 전란 후에도 끝까지 인디언으로 남는다. 「라스트 도그맨」의 배경은 20세기. 절로 감탄이 터져나올 만큼 원시림이 찬란한 로키산맥에서 무직자 게이트(톰 베린저 분)는 백인의 대학살로 절멸(絶滅)된 줄 알았던 인디언 도그맨족을 발견한다. 그는 인디언의 화살촉을 들고 여성 고고학자 릴리안을 찾아가 그녀와 함께 산을 뒤진다. 도그맨들의 거주지는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연상시킨다. 거대한 폭포 물길을 뚫고 들어가자 비경으로 향하는 동굴이 나타난다. 대학살에 대한 반성이 군데군데 대사로 되뇌어지고 릴리안은 호크 아이처럼 인디언들 속에 남는다. 그러나 통로가 알려진다면 도그맨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크루소」의 원작은 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 이 작품은 워낙 모방작을 많이 낳아 이들만을 따로 가리키는 「로빈조나데」라는 문예용어가 있을 정도다. 18세기 독일작가 시나벨의 「펠센부르크섬」과 60년대 프랑스의 미셸 투르니에가 발표한 「방뒤르디, 태평양의 끝」이 가장 유명한 「로빈조나데」로 꼽힌다. 이번의 「크루소」에선 007 제임스 본드역을 맡았던 피어스 브로스넌이 로빈슨 크루소를 연기한다. 원작과 달리 크루소는 삼각관계 라이벌과 결투한 후 배를 타고 피신했다가 섬에 닿는다. 무인도의 지형지물을 개조하고 섬에 잠입한 식인종들을 격퇴하는 등 007다운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여기서 크루소가 만나는 「야생」은 식인종들의 먹이감으로 잡힌 한 흑인이다. 원작처럼 그는 이 흑인에게 금요일에 만났다며 「프라이데이(프랑스어로 방뒤르디)」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원작은 크루소가 야생의 프라이데이를 철저하게 교육시켜 노예처럼 복속시키지만 「크루소」에서 브로스넌은 그에게 알지못할 우정과 친밀감을 느낀다. 「야생의 삶」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선은 점차 「복속대상」에서 「동반자」로 옮겨가는 것일까.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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