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과천 자하당,거실밖엔 고향같은 아늑한 정원

  • 입력 1997년 12월 1일 08시 11분


경기 과천 자하당(紫霞堂)의 건축주는 단란한 가정을 이룬 중년으로 89평의 대지를 마련하고 60평 규모의 주택을 짓기 위해 설계사무소를 찾았다. 설계기간 4개월, 공사기간 6개월이라는 스케줄에는 다소 길다는 의아함을 보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계획한 공사비가 우리의 예측과 다르다는 점이었다. 보편화한 집이 아니라 그동안의 꿈이 담긴 독자적인 집을 지으려다 보니 공사기간과 비용이 다소 상승했다. 몇차례의 검토 후 건축주는 신축을 결심했고 우리는 예산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건축주 및 나중에 가세한 시공자와 긴 대화를 나누며 설계를 시작했다. 집을 설계하는 일은 그 집에 살 사람들의 이상을 전문가로서 조화롭게 구현하는 일이다. 단란한 가족의 꿈들을 들어보면 대개는 어느 한편에 치우친 구상들이지만 전문가로서는 모든 것을 듣고 이를 종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 집 주부의 의견은 설계 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지난번 살던 집이 마당이 넓어 여름방학이면 아이들이 으레 야영을 한차례 했으며 가을에는 친지들과 모닥불을 피우며 구수한 파티를 많이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계절의 그러한 일들은 가족의 삶에 소중한 추억이며 앞으로 새집에서도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마당과 작은 정원, 테라스, 전망이 좋은 옥상 등 옥외공간이 풍부하게 구성된 설계가 나왔다. 이와 함께 자하당은 거실과 서재를 가르며 그 사이에 작은 정원을 배치, 양측 방에서 정원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서재에서 정원의 나무들을 통해 거실 내부로 시선이 깊게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작은 집이지만 공간적인 여유를 주며 방들이 서로 풍부한 관계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건축재료는 벽지 한지 페인트 등 비교적 밝은 흰색을 주조로 결정했다. 예산에도 도움이 됐지만 집은 담백하고 수수해야 편안한 안식처가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담백한 공간은 정든 가구와 사는 이들의 표정을 늘 살아나게 하며 조용한 침묵으로 가끔 우리를 깊은 상념으로 이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자하당이 완성될 즈음 집짓는 즐거움이 끝나감을 아쉬워하던 건축주 가족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건축주 가족은 그들의 오랜 구상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거쳤지만 그 변화속에 또다른 좋은 점이 있음을 잘 이해해 주었다. 신언학 (토우 건축사사무소 대표) ▼약력 △서울대 건축학과 동대학원 졸 △공간 종합건축사 사무소소장 △한국건축문화대상 입상 △POSCO 강구조작품 우수상 수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입상 02―572―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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