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게으름에 대한 찬양」…버트런드 러셀의 에세이

  • 입력 1997년 11월 27일 07시 54분


에세이다운 에세이, 제대로 된 에세이에는 사유(思惟)의 자유로움에서 맡게 되는 지적 향기가 있다. 실용주의의 도그마에서 해방된, 「무용한 지식」이 주는 한적한 기쁨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마치, 아주 오래된 옹이투성이의 살구나무 밑에서 그 넉넉한 그늘을 즐기면서 살구(Apricot)의 어원(語源)과 유래를 곰삭여 보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순간, 사유만으로 살구맛이 더욱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환희의 감각」이 서서히 눈을 뜬다.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사회평론 펴냄)은 그런 에세이다. 20세기 지식인 가운데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정력적인 활동을 해온 그의 글은 자유분방하다. 때론 엉뚱하게 비쳐지기도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게을러지라니. 러셀은 사람이 게으를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지고, 장난도 치고 싶어지고, 스스로가 선택한 창조적인 활동에 몰두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게으름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게으를 권리를 부여받은 소수의 사람들도 「생산적인」 활동에 눈이 멀어 게으름을 멀리하기 일쑤다. 「노동을 현명하게 구성한다면 이제 일반대중도 게으름을 누릴 수 있다. 현대의 기술문명은 임금의 저하나 실업을 동반하지 않고도 하루 4시간의 노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노동은 타인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나 그 가치를 찬양한다. 지금이야말로 게으름과 놀이, 그리고 사변적 지식을 향유하는 능력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해야 할 때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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