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방학중 생일인 초등생 파티 옮겨서 한다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36분


서울 도화동 마포초등학교 2학년 박모군(8)은 생일이 겨울방학 중인 1월5일이지만 지난 8일 일찌감치 생일잔치를 치렀다. 반 친구 이모군이 봄방학 때인 2월생이지만 파티를 늦춰 5월에 하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졸라 반친구 20여명을 초대한 것. 목동 서정초등학교 1학년 김형준군(7)은 다음달 27일이 생일. 그러나 지난 6월 이미 친구들을 불러 생일잔치를 했기 때문에 「진짜」 생일에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외식할 예정이다. 김군은 학기 중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어 실제 생일보다 반년이나 앞선 6월 셋째 토요일을 「대외용 생일」로 삼았다. 친구 어머니 5명도 함께 와 떡볶이와 김밥을 먹으며 모임을 가졌다. 김군의 어머니 김인희씨(35)는 『방학에 생일이 있는 초등학생 사이에 생일을 옮겨 학기 중에 파티를 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며 『생일엔 으레 학교친구들을 초대하는 분위기인데 방학 땐 친구들을 부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군의 같은 반 친구 이상훈군(7)은 겨울방학을 한달 정도 앞둔 요즘 토요일마다 친구생일잔치에 가느라 바쁘다.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주중 생일을 미뤄 학원이 쉬는 토요일을 생일잔칫날로 잡기 때문. 게다가 겨울방학에 생일이 있는 친구들까지 생일잔치를 앞당기는 바람에 요즘 토요일에는 「겹치기 출연」이 많다. 이 군 은 『생일잔치에 초대받으면 1천∼2천원짜리라도 선물해야 하는데 겨울방학에 생일을 맞는 아이는 매번 선물만 주고 자기는 못받을까봐 방학 전에 생일잔치를 한다』고 말했다. 생일잔치를 대행해주는 실내놀이시설업체에는 방학을 몇주 앞두고 토요일마다 생일잔치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 정글인 노원점의 이벤트담당 최명화씨는 『하루에 3,4건 이상은 생일잔치를 할 수 없어 선착순으로 접수하고 나머지는 다음주로 미루지만 일찍 마감된다』며 『방학 중 토요일을 권하면 아예 개학 후에 하겠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씨는 『생일이 「태어난 날짜」가 아니라 「아이들을 모을 수 있는 때」로 개념이 바뀌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서울심리교육연구소 김문주소장은 『아이들이 생일을 옮겨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은 으스대거나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며 『생일잔치가 지나치게 거창하지만 않다면 아이들의 욕구를 다소나마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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