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자회담 성공하려면

  • 입력 1997년 11월 15일 20시 29분


남북한 및 미국 중국의 4자 예비회담이 지난 9월 의제문제로 결렬된 지 2개월만에 다음주 뉴욕에서 열린다. 북한측은 그동안 의제로 들고 나왔던 주한미군과 북―미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간접적이나마 철회의 뜻을 비추고 있어 다음달 본회담 개최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 예비회담이 열려야 그들의 진의가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북한이 이처럼 「유연성」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당면한 모든 문제들이 4자회담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사정은 물론 일본과의 조속한 수교회담이나 미국과의 관계 확대를 위해서도 4자회담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 됐다. 더구나 한반도 주변 4강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북한의 회담 참석을 직접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외교적 압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일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4자회담의 본래 목적과 취지를 내심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장치를 마련한다는 대원칙을 저버리고 오직 대일(對日) 대미(對美)관계 확대를 위한 일시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회담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럴 경우 북한은 더욱 어려운 지경에 놓일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4자회담 그 자체에 충실하는 것만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역시 정권교체가 임박한 시기라고 해서 조급하게 서둘거나 반대로 안일한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 4자회담 문제는 정권차원이 아닌,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어 있다. 어디까지나 원칙을 고수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끈기있게 회담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