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벤처 기업가를 구함. 창조적인 사업을 하고싶은 사람을 위한 창업 프로그램. 연락은 ○○○에게」.
「아시아 지역 국가와 무역하는 회사를 차리기 위해 사원을 모집함. 모집인원 30명. 금요일 오후 비즈니스 클럽」.
가을학기가 시작되면서 캐나다의 고교 게시판에는 자원봉사나 동아리 회원 모집광고와 함께 이같은 기업광고가 등장한다. 캐나다 경제를 이끌어갈 기업정신과 실질적인 경영학습이 고교과정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고교 경영학 시간에는 두꺼운 경영학원론 책을 공부하는 것 외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돈벌이가 될만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사고파는 실습을 한다.
학습목표는 △달성 가능한 목표와 적절한 전략 세우기 △시장조사 하기 △창의적인 상품개발과 경영 △팀 구성원과 원만한 협력관계 이루기 등.
정규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방과후에도 특별활동으로 소규모 사업을 하려는 학생이 많다.
「주니어 어치브먼트」 「영 엔터프라이즈」 등은 학생들의 경영학습을 도와주는 국제단체. 이 단체에서는 유치원부터 고교과정까지 다양한 경제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치원 단계에서는 동네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법부터 시작한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소비자의 권리와 의무를 배우고 직접 회사를 차려 사업을 하고 세금도 내면서 경제가 일상생활과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지를 체험한다.
주니어 어치브먼트 캐나다 지부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바이런 제임스는 『캐나다 기업의 85% 이상이 종업원 5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라며 『미래에 캐나다 경제를 지탱해나갈 우수한 창업인을 기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온타리오주 니핀시에 있는 메리벌 고교 졸업반 39명은 올해 6월23일 1년간의 무역회사 창업 경험을 정리하는 발표회를 가졌다.
회사 이름은 「매치(Match)」.
리더십이 있는 바비 굴라티가 사장에 취임했고 숫자에 밝은 데이비드 리는 자금담당 부사장이 됐다. 판매담당 부사장은 타냐 덩카,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헤더 보브스톡이 맡았다.
대상 무역국은 한국.
자료조사 끝에 수입품목은 실크 타이로 정했다. 동양에서는 실크제품이 상대적으로 싸고 질도 좋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국제무역이기 때문에 화폐는 캐나다 달러나 원화가 아닌 미국 달러를 택했다.
주식을 발행해 모은 사업자금은 모두 1천5백달러(약 1백40만원).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떼다 캐나다에서 판매한 결과 사업은 성공적으로 끝나 세금을 다 내고도 15달러를 투자한 사람에게 원금 외에 20달러의 이익배당금을 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이같은 사업경과를 보고한 뒤 『수입품목을 정하기 전에 캐나다와 한국의 시장조사를 좀 더 철저히 했더라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다른 무역팀의 경우 한국에서는 귀한 캐나다 캔디를 한국에 판매한 결과 5배가 넘는 이익을 남겼다는 것.
「매치」처럼 실습을 위한 일시적 사업 말고 진짜 필요해서 가게 경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문구점을 직접 운영한다. 도매점에서 물건을 떼다가 이익을 남기지 않고 팔면 전교생이 싼값에 학용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허락을 받아 건물 한쪽 구석에 허름한 문구점을 차린 뒤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가게를 지킨다.
캐나다 밴쿠버의 글래드스톤 학교에선 학생들이 카페테리아를 운영한다. 수업시간에 요리실습을 받은 학생들은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아 식탁을 차린다. 이들은 식당경영이라는 귀한 체험을, 교사와 동료 학생들은 싼값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
〈오타와·테너플라이·밴쿠버〓이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