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50)

  • 입력 1997년 11월 10일 07시 46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8〉 『아무래도 나는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대체 무슨 까닭으로 저토록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개들을 그토록 모질게 때리는지 물어봐줄 수 없겠나?』 견디다 못한 교주는 쟈아파르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그러자 쟈아파르는 눈짓으로 대답했다. 『잠자코 계십시오!』 그러는 동안 문지기 여자가 여주인에게 말했다. 『언니, 이제 그만 하세요. 이번엔 제가 할 테니까요』 그제서야 여주인은 채찍을 놓고 금은으로 장식된 노가죽나무 장의자로 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다른 두 여자를 향해 말했다. 『그럼 이제 너희들이 할 일을 해라』 그러자 두 여자 중 하나가 반침 안으로 들어가더니 초록색 선을 두르고 황금 술이 달린 비단 자루 하나를 꺼내왔다. 여자는 그 자루에서 류트 하나를 꺼내 나사를 죄어 음을 고르더니 다음과 같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대는 나의 희망, 오, 사랑하는 이여! 그대 내곁에 있으면 하늘의 집이 열리고, 그대 보이지 않을 땐 저승이 보인다. 그대를 사랑하면 두려움도 없어라. 수치도, 책망도, 미움도. 오, 그대 앞에서 나는 부끄러움의 베일을 찢어버렸네. 깨끗한 내 몸뚱어리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도 나는 그대 앞에서 베일을 벗었네. 오, 사랑이 떠난 후 내가 걸치고 있는 것은 남루한 질병의 옷이었네. 오, 그대여, 고쳐주소서, 나의 이 깊은 병을. 그대의 눈동자로 나를 태우고, 환영의 칼로 이 가슴을 찔러주소서! 그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애상적인 노래였다. 그 노랫소리를 듣자 여주인은 가슴 속에 숨기고 있던 슬픈 사연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던지 옷을 잡아 찢으며 울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숨이 끊어질 듯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찢어진 옷 틈으로 하얀 몸뚱어리를 드러낸 채 쓰러져 누운 여인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애처롭게 보였던지 교주는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쟈아파르에게 속삭였다. 『저 여자들은 무엇인가 사연을 숨기고 있어. 나는 저 여자와 다른 두 여자의 신세 이야기며, 두 마리의 검은 암태에 얽힌 내력을 알기 전에는 가만히 있을 수도 없거니와 마음이 편치 않겠어』 그러자 쟈아파르는 대답했다. 『오, 임금님, 제발 가만히 계십시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을 말하면 언짢은 말을 듣게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알 수 없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여 쓰러지는 것을 본 다른 모든 방문객들도 마음이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런 판국에 영문도 모르고 끼여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공연한 말을 했다가는 정말이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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