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미국의 오만과 「깡패국가」

  • 입력 1997년 11월 6일 20시 13분


▼「깡패국가」라는 말이 있다. 반미(反美)주의 국가인 리비아 이란 이라크 쿠바 등에 대해 미국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북한도 아직 이 깡패국가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적성국 또는 테러지원국가와의 교역 금지법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이들 국가와의 교역이나 교류를 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 내의 이같은 제한조치는 제삼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제삼국에 대해 「깡패국가」와의 교역을 「하라, 하지 말라」고 할 국제법적인 권한은 물론 없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나라는 미국에 대한 투자도 제한을 받는다는 식의 교역올가미를 만들어 놓고 있다. 제삼국도 실질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우방으로서 미국의 정책에 자발적으로 동조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유형무형으로 받는 압력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세계 지도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국가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불평을 사고 있다. 세계인구의 약 5%인 미국이 세계 에너지의 25%를 사용하면서도 지구의 오존층보호를 위한 모금활동에는 꽁무니를 뺀다는 지적도 있고 유엔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비난을 듣는다. 유일한 초강국으로서 자신의 의무나 부담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는 비판들이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분담금 문제도 그렇다. 북한과 협상을 한 주체는 미국인데도 그들은 한푼도 내놓을 돈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사사건건 자기들 국익만 챙기려든다면 지도국가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그런 점에서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가 「미국은 힘만 믿고 으스대는 국제정치의 슈워제네거」라고 지적한 것은 맞는 말이다. 이런 지적이 없더라도 미국은 강대국의 오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