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관/金대통령이 정말 해야할 일

  • 입력 1997년 11월 5일 19시 48분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의 김영삼(金泳三)대통령 탈당요구로 양자 갈등이 폭발직전까지 갔던 지난달 하순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은 정치문제 말고도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임기말 대통령이 챙길 일이 하나둘이 아닌데 정치공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일종의 빈정거림이었다. 실제로 요즘 청와대 경제비서실 관계자들은 심각한 경제난의 원인으로 「3류정치」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안보비서실에서는 『주변국들이 대선혼란기를 틈타 한반도문제를 자기들 페이스로 끌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걱정한다. 이런 것들을 다 챙겨야 하는데 국내정치문제에 발목이 잡혀 잘 안된다는 자탄이다. 공직사회 전반의 나사가 풀려 일이 제대로 안되는 것도 정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치 말고도 할 일이 많은」 김대통령은 요즘 정쟁(政爭)의 한복판에 선 모습만 보인다. 「국민신당 배후지원」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세의 표적이 됐고 매일 이를 해명하느라 바쁘다. 비서진이 밖에서 정당사람들을 만난 것이 구설수에 오르고 『도대체 임기말에 무슨 꿍꿍이냐』는 의심도 받는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상당부분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최근의 정치상황은 탈당요구에 격분한 「김심(金心)」을 좇아 청와대 인사들이 「이회창 흔들기」에 가세한 부산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사람들의 「이인제(李仁濟)지원」 움직임을 김대통령이 지휘하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방치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총재의 탈당요구에 김대통령이 대선후보 연쇄회동 카드를 꺼냈을 때 일부에선 『정치9단다운 수』라는 감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이때문에 김대통령 스스로 정쟁의 복판에 들어가 나라 일을 못챙기는 결과를 빚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임기 3개월여를 남긴 김대통령에겐 정말로 할 일이 너무 많다. 지금은 어떤 후보를 지원하느냐 마느냐, 탈당하느냐 마느냐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이동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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