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45)

  • 입력 1997년 11월 4일 07시 36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3〉 술자리가 준비되자 일동은 다시 둘러앉아 주연을 벌였다. 그들은 술잔을 돌리고 마른 과일을 먹으며 웃고 희롱하였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한참 분위기가 고조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처음 한동안 일동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한참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문지기 여자가 그 소리를 듣고는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갔던 여자는 한참 뒤에서야 돌아오더니 말했다. 『정말이지 오늘밤 주연은 근사하게 되겠어요』 그러자 다른 두 여자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밖에는 세상에서도 다시 없이 재미있게 생긴 세 사람의 남자들이 와 있어요. 그들은 수염도 머리털도 눈썹도 밀어버린 페르시아인 탁발승들이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세 사람은 하나같이 왼쪽 눈이 멀었답니다』 문지기 여자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두 여자는 호기심으로 두 눈이 반짝거렸다. 문지기 여자는 계속해서 말했다. 『옷차림만 보아도 오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흔적이 역력해요. 바그다드에는 방금 도착했대요. 우리집 문을 두드린 까닭은 잠 잘 곳을 찾지 못해서래요.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그들은 알 수가 없었대요. 그러던 중 우리집을 발견하고 문을 두드렸대요. 이 거리에 발을 들여놓은 그들은, 이집 주인은 틀림없이 낡은 별채나, 그게 아니라면 마구간에라도 그들을 하룻밤 재워줄 거라고 생각했대요』 듣고 있던 두 여자는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여자들만 사는 집에 낯선 사람을 어떻게 재워줄 수 있겠니?』 그러자 문지기 여자는 두 여자들을 조르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언니들, 그 사람들은 승려들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괜찮을 거예요. 게다가 그 사람들은 얼마나 익살맞은 꼴을 하고 있는지, 함께 놀면 재미 있을 거예요. 우리들의 아주 좋은 장난거리가 될 거예요』 문지기 여자는 그 밖에도 여러가지 말로 열심히 두 언니를 설득했다. 그렇게 되자 마침내 다른 두 여자들은 말했다. 『네가 정히 그렇게 원한다면 들어오라고 해라.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하는 데는 조건이 있다는 걸 말해주어라. 자기와 상관없는 일을 묻거나 말하지 말라는 것과 그걸 지키지 않으면 좋지 못한 말을 듣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알았어요. 언니!』 문지기 여자는 이렇게 말하고 좋아라고 문께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세 사람의 애꾸눈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정말이지 세 사람은 세상에서도 다시없이 얄궂은 용모를 하고 있었다. 턱수염도 콧수염도, 그리고 머리카락도 깨끗이 면도질을 해버렸기 때문에 털이라고는 한 가닥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같이 왼쪽 눈이 없었으니 그 모습이 여간 괴이하지가 않았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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