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이른바 DJP연대가 공식화했다. 주요 야당간의 대통령후보 단일화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양당이 1년반 이상의 물밑대화와 공식협상 끝에 이런 합의에 이른 것도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DJP연대는 몇가지 중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 어제 서명된 합의문을 보면 DJP연대의 지향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99년말까지의 내각제개헌, 둘째는 50대50으로 권력을 철저히 균분하는 공동정부 구성이다. 이 두가지 모두 문제가 있다.
합의문은 김대중총재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내각제 개헌과 그 시기에 관해 국민의 뜻을 물은 것」으로 간주키로 했다. 대통령선출과 권력구조개편의 이같은 작위적 혼합은 국민의사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 12월의 대선은 헌법상의 권력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헌법 아래서 대통령을 뽑는 행사다. 가령 단순 다수의 유권자들이 김총재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고 해도 그것을 곧 내각제 찬성으로 볼 수는 없다. 최근까지도 김총재는 대통령제 지지자였기에 더욱 그렇다. 집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발상은 정략적이다. 또 집권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식은 구시대적이다.
본란이 거듭 밝혔듯이 우리는 내각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내각제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그러나 집권수단으로서 정략적으로 이에 접근하는 데는 반대한다. 특히 이 시기의 내각제 개헌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김대중총재가 대선에서 승리해 99년말까지 개헌하려 할 경우 집권초기부터 개헌논쟁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해지고 국정이 표류할 것은 뻔하다. 현재의 원내 의석분포상 국회에서 개헌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정계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내외의 현실은 그런 정치불안이나 국정표류를 허용할 만큼 태평하지 않다. 권력구조는 국민이 긴 안목에서 진지한 논의를 거쳐 선택할 사안이다. 양당이 국민을 배제한채 개헌을 내걸고 일정까지 못박은 것은 오만이며 독단이다.
50대50의 권력배분도 국민을 생각하는 겸허한 자세가 아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는 것이지 아무렇게나 해도 좋은 전리품은 아니다. 게다가 공동정부 구상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현재의 김영삼(金泳三)정권은 단일정당체제인데도 분열과 대결이 끊이지 않았다. 하물며 노선을 달리하는 두 정당이 공동정부를 구성하면 그 정부가 순조롭게 운영될 것인가. 3당합당 실패의 역사는 국민의 기억에 생생하다.
합의문은 DJP연대의 취지 가운데 하나로 지역갈등 해소를 들었다. 그러나 DJP연대의 본질이 지역연합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지역구도를 전제로 하는 지역연합으로 지역구도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게다가 내각제까지 결합되면 지역구도는 오히려 고착할 수도 있다.
DJP연대의 최대문제는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면 공동정책을 먼저 내놓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양당은 국민을 상대로 내각제 개헌과 권력 나눠갖기를 확인했을 뿐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1년반 이상 협상을 했으면서도 정책에는 관심도 없었다면 오직 정권잡기에만 정신이 팔렸다는 얘기가 아닌가. 양당이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은 공동정부가 무엇을 할 것이냐다. 양당이 노선차이를 보여왔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무엇을 위한 DJP연대인가를 묻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