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형 인간」 이름붙이기 직장내 유행

  • 입력 1997년 11월 3일 07시 34분


족(族)의 시대에 이어 형(型)의 시대가 왔다. 님비족 딩크족 소호족 등 「○○족」이란 이름이 유행하더니 요즘엔 조문형 비빔밥형 회의형 등 「○○형」이란 이름이 유행하고 있다. 족이 주로 미국의 언론이 만들어 전세계에 퍼뜨린 용어라면 형은 국내 대기업의 인사담당부서나 사보기자 또는 경영자문가 등이 만들어내고 직장인들이 재미삼아 얘기하면서 퍼져 나간다. 미국 일본의 경영서적을 참조한 것이 많고 대부분 경영혁신을 위해 구태를 벗어나자는 의도에서 만든 것. 일부 용어는 자연스럽게 생겨나기도 한다. 기아그룹의 경우 직원들 사이에서 한때 자신들의 처지를 비하해 유형화하는 바람이 불었다. 법정관리를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극한투쟁을 불사한다는 「논개형」,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의미에서 퇴사하는 「삼천궁녀형」, 제삼자 인수를 적극 반기고 이를 준비하는 「낙랑공주형」 등으로 자신들을 유형화한 것. 회사원 여명희씨(31·여)는 『농담 삼아 얘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근무태도를 바로잡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직장 동료간에 상대방을 유형화해 부르다 감정의 골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요즘 대기업의 사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형」의 종류. ▼조문형〓일에는 관심이 없고 상가 결혼식 돌잔치 집들이 등에 꼬박꼬박 참가하면서 인맥을 만드는데 열중한다. ▼교과서형〓수습사원 때 배운 원리원칙이나 상사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 일을 한다. ▼해바라기형〓고객의 반응보다는 상사의 기분이나 표정에 더 신경을 쓴다. ▼비빔밥형〓이것 저것 아는 것은 많지만 전문분야가 없어 혼자서는 아무 것도 처리할 수 없다. ▼개구리형〓회사내에서는 「박사」이지만 거래처 직원을 만나거나 해외에나가면우물안개구리가돼 버린다. ▼지킴형〓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면서 자리를 지키지만 일의 성과는 거의 없다. ▼황소형〓지킴형과는 달리 일도 많이 하지만 대부분 상사가 시킨 일만 한다. 창조적인 일은 못하고 자기 주장도 없다. ▼회의형〓모든 문제를 회의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이 결정할 일을 회의를 통해 책임을 분산시키는 책임회피형이 적지않다. ▼자린고비형〓물자나 에너지 돈을 과감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해서 몇 십 배의 가치를 만들려는 투자의 개념이 없다. ▼돌다리형〓검토만 하다가 항상 다른 사람보다 한 두 발 늦는다. 모든 일을 의심만 하고 실행에 못 옮기는 의심형도 이 범주에 속한다. ▼염라대왕수첩형〓부하직원의 근무실적 언행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첩에 적어서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갤러리형〓회사의 운명은 남의 일. 자기 계발이나 부업 가정문제 등에만 신경쓴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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