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교흡연실 설치에 대하여

  • 입력 1997년 10월 31일 19시 40분


▼미국에서는 뉴욕을 중심으로 4백여개 고교가 양호실에서 콘돔을 나누어주고 에이즈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매년 에이즈 신규환자 4만명 중 4분의1 가량이 청소년으로 밝혀지자 이들 고교에서 이같은 에이즈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학부모와 교육자들 사이에는 아직도 찬반 양론이 뜨겁다. 고교생들에게 「우리 나이에 섹스를 해도 괜찮다」는 의식을 심어주어 자칫 성 문란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의 골자다 ▼미국 고교생의 약 60%가 성 경험을 갖는 현실에서 쉬쉬 하지 말고 안전한 섹스를 가르치자는 것이 에이즈 교육 프로그램의 취지다. 이 프로그램 시행 이후 고교생들의 성활동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고교들이 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개방적이지만 담배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학교 전체가 금연구역이다. 교무실은 물론 운동장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경기 성남 효성고교가 교내에 학생 흡연실을 설치하고 이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금연교육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남자 고교생 흡연율이 35.3%에 이르는 마당에 차라리 몰래 하는 흡연을 공개적인 장소로 끌어내 금연교육을 시키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는 어쩔망정 교내에서만이라도 못피우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팔지 못하게 하는 청소년보호법과의 조화도 문제가 될 것 같다 ▼각종 암, 혈관 및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담배의 해독은 새삼스레 거론할 필요가 없다. 성장기에는 더욱 해롭다. 한번 손대면 끊기 어려운 마약은 처음부터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효성고 흡연실 설치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지만 청소년 흡연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려는 의욕은 평가할 만하다. 섹스는 어른이 될 때까지 참는 것이 좋고 담배는 어른이 돼서도 안하는 것이 좋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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