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네팔]박현상씨『히말라야에 빠지면 욕심도 없어요』

  • 입력 1997년 10월 30일 07시 25분


해마다 네팔의 우기가 끝나는 이맘때가 되면 그는 신내림을 거부한 무당처럼 온몸이 쑤셔온다. 눈앞에 펼쳐지는 설산들. 지하철을 타도 신문을 봐도 온통 머릿속엔 히말라야뿐이다. 부산에서 외국어 학원을 경영하는 박현상씨(34). 그는 그 푸르디 푸른 대학시절 청춘을 고스란히 최루탄가스에 묻었다. 그러다 잡혀들어간(?) 군대.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가. 어쩌다 미국 문화원을 지키는 전투경찰이 됐고 한때는 동지요 핏줄이었던 친구들과 맞닥뜨렸다. 탈영, 자살같은 단어를 하루에도 몇번씩 되뇌었다. 어찌하여 나의 젊음은 온통 잿빛인가. 제대후 무조건 배낭을 메고 떠났다. 일본 유럽 미국…. 젊은 청춘의 지친 혼을 낯선 땅에 누이려 했다. 그러다 만난 네팔과 히말라야. 욕심과 집착없이 대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에게 반했고 온통 변하는 것 투성이인 인간세상 저편 무변창대하게 서있는 히말라야에 빠졌다. 처음엔 일주일, 두번째는 보름이었던 트레킹 일정이 이번엔 한달코스로 늘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천m)까지 가는 게 목표. 네팔 오기 6개월 전부터 일 끝나고 하루 2시간씩 배낭메고 달리기 연습까지 했다. 외국어 학원을 운영하는 덕분에 외국인 강사들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그는 『서양인들만 보면 정신 못차리는 한국 학생들 때문에 무안한 일이 많다』며 『못 살아도 당당한 네팔 사람들을 보면 잘 살면서도 늘 부족해하는 우리 얼굴이 겹쳐져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네팔〓허문명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