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39)

  • 입력 1997년 10월 29일 08시 11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7〉 연거푸 석잔의 술을 마셔 발그스름하게 낯이 달아 오른 첫번째 여자는 이윽고 세번째 여자, 즉 밀실의 침상에 앉아 있었던 여자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 이어 두번째 여자, 즉 문을 열어준 여자를 위해서도 잔을 채웠다. 그리고 또 한잔의 술잔을 채워 이번에는 짐꾼에게 내밀었다. 짐꾼은 술잔을 받아들고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 다음 이런 노래를 불렀다. 술을 마시는 자여! 술을 마시려거든 미더운 친구와 더불어, 이름난 핏줄의 좋은 친구와 마시라. 술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것, 꽃을 스치면 향기를 빨고, 오물 위를 지나면 구린내가 밴다. 노래를 마친 짐꾼은 여자들 손에 입맞추고는 술을 마셨다. 이렇게 하여 술판은 무르익어가기 시작하였으니 일동은 부어라, 마시어라, 시를 읊어라, 노래하라, 춤추어라, 끝이 날 줄을 모르고 즐겼다. 분위기가 고조되어가고 모두들 술에 취하자 세 여자에게 둘러싸인 짐꾼은 그녀들에게 입을 맞춘다, 희롱한다, 더듬는다, 만지작거린다, 어루만진다, 깨물어본다 하며 놀았다. 또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사내의 입에 음식을 넣어준다, 간지럼을 태운다, 뺨을 때린다, 꽃을 던진다 하며 온갖 장난을 쳤다. 세상에서도 다시없는 아름다운 세 여자에게 둘러싸여 사내는 향락의 꽃동산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웃고 즐기다보니 일동은 술이 올라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사리분별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문지기 여자가 발딱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자 그녀는 속옷 대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린 채 풍덩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이어 그녀는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입에 물을 머금고 짐꾼을 향해 내뿜는가 하면,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하얀 몸뚱어리로 물 속에서 혼자 놀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얼마나 천진난만해 보였던지 짐꾼은 그녀를 향하여 꽃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두 여자는 그녀가 하는 짓과는 상관없이 술을 마신다, 장난을 친다, 까르르 웃는다 하면서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다. 짐꾼은 물 속에서 놀고 있는 여자를 향해 꽃을 던지는 한편, 다른 두 여자를 상대로 입을 맞춘다, 몸을 어루만진다, 간지럼을 태운다, 그녀들의 목덜미에 코를 대고 여자들의 냄새를 맡는다 하면서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 속에서 혼자 놀고 있던 여자는 이제 장난에도 지쳤는지 자신의 손과 발, 풍만한 두 젖무덤 사이, 넓적다리 안쪽이나 음부를 씻기 시작했다. 몸 구석구석을 물로 씻고 난 여자는 온통 물에 젖은 몸으로 연못에서 나오더니 짐꾼의 무릎에 몸을 던지며 말했다. 『오, 낭군님, 내 사랑, 이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여자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나 있는 그 쪽 찢어진 조개를 가리켰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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