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연의 프로야구]김상진 「두뇌피칭」빛났다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역시 승부는 마운드에서 갈렸다. 관록의 해태가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LG 불방망이 타선을 길들이는데 성공한 탄탄한 투수진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2차전에서 상반된 길을 걸었던 해태 김상진과 LG 임선동의 선발 싸움은 「야구는 힘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었다. 2차전에서 근래 보기 드문 위력적인 투구로 승리의 주역이 됐던 임선동은 이날 지난번 경기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한 단조로운 피칭으로 일관했다. 최고구속 1백43㎞대의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한 직구와 각도가 밋밋한 커브로는 「같은 투수에 두 번 당하지 않는다」는 해태 타자들의 방망이를 막기에는 역부족. 반면 김상진은 빼어난 피칭으로 상대타선을 압도했다. 1백47㎞대의 빠른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질이 홈플레이트 구석구석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2차전의 승리만을 믿고 별다른 연구없이 마운드에 오른 「7억신인」과 전경기 패배를 거울삼아 혼신의 힘을 다한 「고졸2년생」의 대결은 결국 머리싸움에서 앞선 김상진에게 돌아갔다. 5차전을 통틀어 보자면 LG로서는 김용수와 임선동 정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선발진의 약세에다 믿었던 마무리 이상훈이 힘만 앞세우는 투구로 난타당한 점이 경기를 어렵게 끌고간 요인이었다. 에이스 이상훈의 부진이 LG 선수들의 사기를 죽인 악재였다면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제몫을 해준 해태의 무명 강태원의 눈부신 활약은 동료들의 기를 살리는 촉매였다. 장호연〈야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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