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국시리즈3차]김응룡감독「두뇌싸움」서 이겼다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포스트시즌. 선수들 못지않게 감독간의 신경전도 뜨거워지는 때다. 97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해태 김응룡감독과 LG 천보성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22일 광주 3차전에서 의표를 찌르는 치열한 머리싸움을 펼쳤다. 해태가 0대1로 뒤진 3회 1사 2루의 득점찬스. 천보성감독은 선발 손혁에게 이종범을 고의볼넷으로 걸리라는 지시를 내린 뒤 곧바로 왼손 김기범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날렸다. 해태의 이어지는 왼손 듀엣 장성호와 최훈재에 대비한 포석인 셈. 그러자 김응룡감독은 장성호를 빼고 오른손 이경복을 대타로 기용하는 맞불작전을 펼쳤다. 장성호는 고졸 2년생 풋내기이긴 하지만 앞 타석까지 9타수 6안타의 맹타를 날린 선수.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했다. 어쨌든 장성호 대신 나간 이경복은 왼쪽 뜬 공으로 물러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김감독은 최훈재 타석이 되자 또 다시 오른손 대타로 백인호를 세웠다. 이번엔 천보성감독 차례. 천감독은 해태가 최훈재마저 빼자 오른손 투수 차명석을 세웠다. 그러자 김감독은 백인호가 타석에 서기도 전 하나 남은 왼손타자인 박재용을 「대타의 대타」로 기용, 신경전에서 결코 질 수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재용도 1루 땅볼로 물러나 3회의 공방에선 패기의 천감독이 관록의 김감독에게 판정승. LG는 2명의 투수를 바꾼 반면 해태는 3명의 타자를, 그것도 팀내에서 가장 타격감각이 좋은 두 왼손타자를 소모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감독의 승부수는 뒤늦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LG는 중간계투 김기범과 차명석을 3회에 이미 써버리는 바람에 소방수 이상훈을 6회에 조기등판시켜야 했고 결국 그것이 7회 이종범에게 역전홈런을 맞는 계기가 됐던 것. 백전노장 김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천감독이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면서 『우리도 투수가 없지만 그쪽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따끔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 〈광주〓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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