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
『인자하신 임금님이시여, 옛날 바그다드에 젊은 짐꾼 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는 잘 생기고 마음씨 착한 젊은이였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하여 장가 한 번 들지 못한 채 독신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샤라자드는 샤리야르 왕에게 이렇게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왕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들어보시라.
어느날 오후 짐꾼은 우두커니 길 모퉁이에 서서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를 엮어 만든 커다란 광주리를 곁에 놓고 오후 내내 기다리고 있었지만 누구 한 사람 그에게 짐을 운반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따분함을 견디다 못한 짐꾼은 혼자 중얼거렸다.
『젊디 젊은 몸으로 하릴없이 한나절을 이 길 모퉁이에 서서 보내야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처량한 놈이야. 아름다운 여자들과 어울려 한껏 청춘을 즐길 수도 있을 나이련만』
그런데 그때, 꼭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게 차려 입은 젊은 여자 하나가 다가와 그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던 것이다.
여자는 짐꾼에게 인사를 한 뒤 모스린 비단에 금실로 수를 놓은 베일을 살짝 걷어올리며 말했다.
『당신은 짐꾼인가요?』
그 순간 짐꾼은 정신이 아찔하여 무어라 미처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베일을 걷어올린 여자의 두 눈은 사슴의 눈처럼 맑고 얼굴은 갓 피어난 장미처럼 아름다웠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답고 상냥하기가 카나리아가 노래하는 소리만 같았던 것이다.
짐꾼이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하는 걸 보자 여자는 쌩긋 웃으며 말했다.
『광주리를 가지고 따라오세요. 운반해야 할 짐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한 여자는 뒤돌아서더니 그 기품 있는 발걸음을 사뿐사뿐 옮겨놓기 시작했다. 짐꾼은 그제야 허둥지둥 광주리를 둘러메고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 여자의 뒤를 따라가면서 짐꾼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오, 재수좋은 날이여! 알라의 은혜가 있는 날이여!』
여자는 어느 가게 앞에 멈추어 서서는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늙은 나자레인 하나가 나왔다. 여자는 그에게 금화 한 닢을 주고 올리브 기름보다 더 투명한 술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짐꾼의 광주리에다 담으며 말했다.
『자, 이걸 지고 따라오세요』
이렇게 말하는 여자의 태도와 목소리는 흡사 금실이 좋은 부인이 남편에게 하듯 다정스러웠다. 짐꾼은 광주리를 둘러메고 여자의 뒤를 따라가면서 다시 한 번 속으로 중얼거렸다.
『알라께 맹세코, 오늘은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사람의 소원이 무엇이든 성취되는 그런 재수좋은 날 말야』
짐꾼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나라 공주라 해도 곧이들을 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하인도 거느리지 않고 혼자 시장엘 나왔는데다가, 그녀는 이 낯선 짐꾼을 경계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