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姜부총리 물러나야 할 이유

  • 입력 1997년 10월 20일 20시 15분


정부가 증시안정대책을 잇달아 내놓아도 주가는 연일 폭락하고 있다.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업 부도설은 더욱 심해지고 금융시장 혼란은 갈수록 가중되기만 하니 안타깝다. 원인은 자명(自明)하다. 정책당국이 근본 원인은 외면하고 진정제 성격의 엉뚱한 대응책만 내놓기 때문이다.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는 경제를 살리려면 정책의 신뢰성회복과 불안감해소가 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금융계와 재계에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를 교체해야 한다. 주가폭락 원인은 장기불황과 대기업연쇄부도 금융기관부실 기업채산성악화 등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이고도 직접적인 원인은 기아사태 수습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대기업의 연쇄부도 불안감에 있다. 정부는 기아의 법정관리 또는 제삼자인수 처리방침을 고집하고 채권금융단은 정부 눈치를 보며 멈칫거리느라 석달이 넘도록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아 수습이 늦어지면서 자금시장 왜곡은 극에 달해 부도공포와 증시 및 외환시장 혼란,해외신용도추락 등 경제 전체가 혼미상태에 빠졌다. 난국을 푸는 데는 금융시장 안정이 급선무다. 금융시장 안정은 기아사태 조기 해결이 열쇠다. 기아는 기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의 문제다. 기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증시는 살아나기 어렵다. 경제위기 타개도 힘들다. 기아사태 수습은 화의(和議)에 의한 방법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기아자동차의 회생을 전제로 제삼자인수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고 화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조건이라면 김선홍(金善弘)기아회장도 퇴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간 강부총리는 시장경제원리를 내세워 기아문제는 기아와 채권은행단이 알아서 처리하라면서도 사사건건 개입해 일을 꼬이게 했다. 은행에 압력을 행사해 화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 것도 강부총리다. 기아 해법을 찾는 데 강부총리는 적임자라고 보기 어렵다. 기아 문제를 풀고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강부총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 본란이 지난 8월 강부총리의 실책(失策)을 들어 퇴진을 촉구한 이래 경제는 호전되기는커녕 계속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그는 국정감사장에서도 실책을 따지는 의원들에게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고 대들기도 했다. 강부총리를 교체해야 할 더 큰 이유가 있다. 기아사태 처리 과정에서 내세운 시장경제원리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아 정책대응이 유연성을 잃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여기에 맞추다보니 증시대책은 물론 금융시장대책 부도대책 등 곳곳에서 정책이 난맥상을 표출했다. 부도공포에 휩싸여 기업인들이 피를 말려도 그는 시장원리에 의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교훈이라고 강변한다. 현실에 맞지않은 논리로 경제를 수렁으로 몰고가는 강부총리에 대해 재계의 불만은 한이 없다.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강부총리는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옳다.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한목소리로 그의 실책을 들어 퇴진을 촉구한 것은 당연하다. 전례가 없는 대량 부도사태와 금융혼란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강부총리에게 더이상 경제난 극복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다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교체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새 경제팀을 구성해 경제를 추슬러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