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투자기관의 방만한 운영이 말썽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국민의 혈세(血稅)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위인설관(爲人設官), 예산나눠먹기, 중복투자, 물쓰듯 하는 접대비와 판공비, 임직원에 대한 특혜융자 등은 국정감사나 감사원감사 때면 으레 지적되는 사항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18개 정부투자기관이 운영자금을 직원들에게 무이자 또는 시중금리보다 훨씬 싼 이자로 대출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같은 대출총액이 무려 8천3백억원에 이른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일부 공기업의 대출조건은 무이자에다 상환기간도 없이 무기한으로 빌려주고 있어 공기업 돈은 「눈먼 돈」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감사원이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은행 등 22개 정부투자기관이 지난 한 해 명예퇴직자 등에게 과다지급한 퇴직금만도 2천4백억원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투자기관은 납입자본금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기업체다. 마땅히 경영합리화를 통해 국민부담을 줄여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다수 공기업의 경영수익은 해마다 악화하고 대한석탄공사나 수자원공사는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상수익이 나빠지거나 적자를 보게 되면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을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민영화를 추진해 나가야 하지만 당장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기업의 과감한 조직개혁과 외부감사의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