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자만 고통분담인가?

  • 입력 1997년 10월 15일 20시 30분


올 들어 7월말까지 제조업 임금상승률이 13년만에 가장 낮은 8%대를 기록한 것은 의미가 크다. 국가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제난 극복에 임금동결과 자제로 근로자들이 적극 협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생(民生)의 고통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피부물가가 껑충 뛰어 가계부를 짓누르고 실직과 취업난은 전례없이 극심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민생고를 외면해선 안된다. 지난 1.4분기의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13.4% 증가하는 등 두자릿수를 나타냈다. 반면 임금상승률은 84년 이후 최저인 8.1%로 생산성향상을 훨씬 밑돌았다. 기업은 대대적으로 인원을 줄이고 근로자는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한 결과다. 경제난 극복에 근로자들이 동참하지 않았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어렵다. 정부는 이같은 근로자들의 고통분담에 보답해야 마땅하다. 그러려면 물가와 고용안정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새로 사회에 진출하는 고졸 대졸의 젊은이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만큼 큰 고통은 없다. 두해째 퇴직자가 취직자수를 웃도는 상황에서 명예퇴직 등으로 한달에 평균 13만명이 실직한다는 통계는 듣기에도 안타깝다. 경제구조조정 과도기에 고용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정부와 기업은 국민이 생업에 종사할 기회를 창출해줄 의무가 있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4%이내로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주부들이 느끼는 장바구니물가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지수물가가 좀 안정된다 싶으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앞다투어 공공요금을 대거 올려 가계부담을 늘리고 있다. 9월말 기준 전체 소비자물가는 4.2% 올랐지만 공공요금은 6.1%나 상승했다. 그뿐이 아니다. 연내에 오를 품목이 줄줄이 대기중이고 내년에 가면 대학납입금 철도요금 상수도요금 등이 두자릿수로 오르게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의 생활안정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가중해 팽창예산을 짜고 공공기금 규모를 대폭 늘려 나라 살림을 방만하게 운용하려는 것같다는 지적이다. 정부부터 허리띠 졸라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도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고통을 분담하자고 호소한다면 설득력이 없다. 정권 임기말의 누수현상으로 정부가 국민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민생의 어려움을 살펴 고통을 덜어주는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정치권도 대선에만 얽매여 경제를 뒷전에 두어서는 안된다. 여야당 모두는 국민 입장에 서 예산안을 철저히 심의하고 각종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을 차질없이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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