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현직 대통령의 아들에게 실형선고가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아무런 공직이 없는 대통령의 아들이 아버지의 권력을 배경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단죄라는 점에서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재판부는 현직 국가원수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이용, 청탁과 관련한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고 가차명계좌 등을 통한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했다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선고를 받은 것은 형량의 무겁고 가벼움을 떠나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 앞에 성역이 있을 수 없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기본적인 원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바로 섰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김현철(金賢哲)피고인에 대한 유죄 실형 판결은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 원리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려가기 시작하는 증좌라고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떡값」에 사법사상 처음으로 적용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가 내려진 것도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로,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인측은 피고인이 세금을 포탈할 목적과 의도가 없었고 지금까지 한번도 조세가 부과된 적이 없는 사례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형사정책적으로 온당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자금법상 면세대상을 제외하고는 정치자금도 원칙적으로 과세대상이라고 못박았다.
김피고인이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과 관련, 가차명계좌와 돈세탁을 이용한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이상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논지다. 재판부는 다만 유사한 정치자금이 조세포탈죄로 처벌된 적이 없는 점을 감안, 형량을 낮추었다. 사법사상 정치자금에 처음 적용된 조세포탈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은 다소 낮춘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상급심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은 정치권의 비정상적인 정치자금 수수관행에 쐐기를 박는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었던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조세포탈죄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과 제도 밖에서 음성적으로 거액의 금품이 오고가는 정치자금 수수관행에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