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중소기업만 대상으로 비교적 싼 이자를 물리는 대출제도가 있다는데 그게 뭘까 궁금했어요. 은행들이 중소기업에는 웬만해서는 대출을 잘 안해주고 금리도 연13.0%를 웃도는 게 보통이니까요. 이 은행 자금부 박명기(朴明基)차장의 말씀을 들어볼까요.
해외에서 직접 차입할 수 없는 중소기업을 대신해 산업은행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외국자본을 빌려와 공장시설을 마련하거나 기계구입을 하려는 기업에 빌려준대요. 은행 가운데는 외국 돈을 그대로 대출하는 곳도 있지만 산업은행은 독특하게 대출금 자체는 「외화로 표시」하고 대출당시의 기준환율을 적용해 우리 돈으로 대출해요.
일본이나 미국수준의 낮은 이자율(연 4.5∼8.8%)을 적용하니까 싸요. 대출기간도 2년거치 6년 균등분할상환식이 대표적이어서 장기자금이죠. 대출여부를 결정할 때 기업의 사업성과 사업주 신용상태를 가장 중시하고 담보물은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해 대출받기도 수월하다는 겁니다.
세상에 이렇게 조건이 좋은데 안 쓸 중소기업이 없겠네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라구요. 이 대출은 재원이 외국돈이어서 상환할 때도 그때 그때 환율로 환산해 갚는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거죠. 환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우리 돈으로 내야 할 이자와 원금부담이 보태지겠죠. 아하, 외국에서 돈을 싸게 빌려왔기 때문에 이자는 낮은 대신 달러나 엔화의 가치가 오를 때마다 갚을 돈이 늘어나게 되는 군요.
박차장 설명으로는 작년 2.4분기(4∼6월)에 달러화표시로 대출을 받은 분들은 그동안 환율이 14%나 상승해 실제 금리는 연11.7%쯤 물고 있답니다. 역시 같은 시점에 엔화표시 대출을 받은 분들은 어떻죠. 우리 돈에 대한 엔화가치가 그동안 0.7%밖에 안 올라 실제금리는 연 5.2%래요. 와 싸다.
그럼 엔화로만 대출을 받으면 계속 이득을 볼 수 있나요. 그렇지 않아요. 80년대에는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부쩍 뛰어 중소기업들이 혼이 났대요. 산업은행은 그래서 달러와 엔화를 적절히 섞어 빌리라고 권유한대요. 엔화와 달러화는 가치가 거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에 이렇게 섞어쓰면 환율변동위험을 어느 정도 중화해 실제 부담금리가 급등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어느 한쪽의 환율이 너무 뛰면 대출조건을 바꿀 수 있는 수단(파생금융상품)도 알선해준답니다.
주부 여러분. 저는 다음 주부터 서울 여의도를 찾아 갑니다. 여의도에는 TV 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하지만 증권회사들도 다 모였어요. 대우증권에서 「증권시장 침체기의 주식투자요령」을 알아보기로 하죠.
김영란<탤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