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北 레이 데이비스 美해병대前부사령관

  • 입력 1997년 10월 12일 20시 22분


14일 북한을 방문하는 레이 데이비스 전 미국해병대 부사령관(82·예편 당시 대장)은 한국전쟁에서 전설적인 무공을 세운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미 해병대에서도 신화적 존재로 통한다. 데이비스장군은 6.25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장진호 전투의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그는 1950년 겨울 함경도 장진호에서 해병 1개 대대를 이끌고 중공군 사단병력과 사흘동안 격전을 치렀다. 그의 영웅적인 전투로 인해 중공군에 포위돼 궤멸직전까지 몰렸던 미 해병 2개여단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이 공로로 백악관에 초대돼 트루먼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The Medal Of Honor)을 받았다. 데이비스는 95년 워싱턴 기념광장에 세워진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건립위원장도 맡아 흔히 「잊혀진 전쟁」으로 치부되어온 한국전쟁을 미국인들에게 되살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전쟁에서만 용맹을 떨친게 아니다. 태평양전쟁과 월남전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워 미 해병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그가 받은 주요 훈장만 25개. 남들은 한번 받기도 힘든 은성무공훈장을 두번이나 받았다.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해병들은 전쟁이 끝난후 「초신 퓨」(Chosin Few)라는 이름의 친목단체를 만들었다. 「초신 퓨」는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전우」라는 뜻. 당시 일본인들이 만든 지도에 장진호가 「초신」으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에 단체이름이 「초신 퓨」가 됐다. 이번에 데이비스와 동행하는 워렌 위드햄 해병대령도 역시 「초신 퓨」회원. 이들은 데이비스의 방북을 계기로 「초신 퓨」 회원들은 물론 다른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북한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도 오래전부터 한국전 참전 미군들과의 접촉 기회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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